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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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건강·내공 다지는 산보독서

형형색색 물든 막바지 단풍, 들녘에 넘실대는 억새가 유혹하는 계절이다. 풀벌레 소리까지 유난히 큰 요즘, 가을의 정취와 책 읽는 기쁨을 함께 맛보는 묘책은 없을까.

김명성 KBS홍보팀장
독서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하다. 손 닿는 곳에 책을 두고 백독백습(百讀百習)했다는 세종대왕, 비판적이고 주체적으로 책을 읽었다는 원효대사, 감옥에서 책을 볼 수 있도록 투쟁을 벌여 내공을 쌓아간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아버지와 깊이 있는 토론으로 천재가 된 존 스튜어트 밀, 정확한 시각에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산책하며 상념에 젖었던 철학자 칸트, 인문고전서를 탐독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키운 스티브 잡스 등….

이들에게는 끊임없이 책 읽은 뒤 사색하고 토론하며 책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가운데 칸트는 규칙적인 생활로도 유명하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산책한다. 이웃들은 칸트가 나타나면 정확히 오후 6시15분으로 기억했다. 칸트가 책을 끼고 산책했다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철학 인문서적을 탐독한 뒤 사색하며 느릿느릿 걸었을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간혹 책을 옆구리에 끼고 걸었을 수도 있다. 칸트의 산책은 건강을 지키면서 지혜를 얻는, 자신만의 비법이었다.

필자의 걸으면서 책 읽는 습관은 벌써 5년째 이어진다. 주로 밝은 주말에 짬을 낸다. 천천히 걸으면서 읽거나 잠시 벤치에 앉아 정신을 집중해 독서한다. 또 걸으면서 책 내용을 음미하는 식이다. 이런 식의 독서를 하게 된 이유는 바쁜 일상 때문이다. 산보로 건강을 지키면서 독서에 이은 사색으로 내공을 다지는 선현의 가르침에 착안한 것이다. 글자가 흔들려 제대로 된 독서가 가능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느긋한 발걸음과 책의 움직임을 리드미컬하게 한다면 큰 무리는 없다. 집안에서만 독서한다면 졸기 십상이다.

이런 식으로 최근까지 갤브레이스의 ‘경제학의 역사’, 이정전의 ‘경제학을 리콜하라’ 등을 독파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필자가 경제학을 논할 수 있다면 자랑인가. 아름다운 계절에 야외 독서를 즐긴다면 지식 습득에 통찰력은 물론, 건강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김명성 KBS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