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에서 신혼첫날 밤을 보내셨다는 할머니는 수줍은 신부처럼 볼을 밝힌다. 얼굴 몇 번 못보고 결혼한 남편과 하룻밤. 그것이 신혼여행의 전부였던 시절, 온양은 신혼여행 1순위의 추억과 낭만이 서린 곳이었다.
어디나 전통시장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겠지만 온양온천시장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멀지 않은 세대의 추억과 낭만이 따뜻한 온천수와 함께 흐르고 그때나 지금이나 이곳을 찾는 타지인들에게 익숙한 풍경으로 국밥 한 그릇, 순대 한 접시 푸짐하게 내어놓는 전통시장의 넉넉함이 온천수처럼 따뜻하게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왕처럼 거닐어 볼까, 온양온천 그리고 전통시장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온양온천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의 하나이다. 백제 때는 온정, 고려 때는 온수, 조선 이후에 온양이라 불리었으며 세조는 이곳에 신의 온천이라는 뜻으로 ‘신천(神泉)’이라는 이름을 내릴 만큼 그 유래가 깊고 왕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온양온천이라는 빼어난 관광자원과 함께 현충사, 외암민속마을, 신정호수 등 30분~1시간 이내 거리에 지역 관광명소가 인접하고 있어 1960~70년대에는 한국 최고의 신혼여행지로서 오랜 명성을 누렸다.
지금의 아버지세대들에게는 향수가 어린 곳, 더 오랜 시간 전에는 조선의 왕들이 별장 온궁을 지어놓고 휴양하며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짓던 곳, 일제시대에는 그 온궁이 불타 없어지기도 한 온양온천은 따뜻한 추억과 또 조금은 뜨겁기도 한 한국의 역사와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다.
온양온천시장은 이러한 온궁터를 끼고 오랜 시간 온양온천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생성된 전통시장으로 지역특산품 및 1차 식품군과 의류, 각종 생활소품 등 500여개의 상점과 300여 노점으로 구성되어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전통시장이다. 크게 샘솟는 거리, 맛내는 거리, 멋내는 거리가 3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는 온양온천시장은 천안아산 지역에서는 제법 장사 잘 되는 시장에 속한다. 생활 잡화를 중심으로 의류점, 금은방 등이 주로 입점해 있는 샘솟는 거리는 온양온천역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유입되는 첫 문으로 이름도 온천을 테마로 한 ‘샘솟는’거리라 지었다. 샘솟는 거리 옆 온양온천시장의 중앙통로는 ‘맛내는 거리’가 차지하고 있다. 수산, 축산, 각종 야채 등 1차 식재료를 포함해 맛있는 반찬가게들과 간식, 음식점들이 아케이드 아래 줄지어 발길을 잡고 있다. 마지막 멋내는 거리는 이름처럼 패션의 거리이다. 유명 브랜드부터 개성있는 보세 옷가게까지 멋쟁이들의 필수품을 담당하고 있다.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얕보지 마시라. 의외로 저렴한 가격에 유행도 놓치지 않는 ‘It 아이템’들이 즐비하다.
온양온천시장은 기존의 ‘전통시장’이라 하기엔 너무 발달되어 있고, 번화한 시내라고 하기엔 활짝 펼쳐 올린 오색 파라솔이 너무 정겨운 곳이다. 아산 지역사람들 반, 타지 관광객 반, 온천욕하러 온 어르신들 반, 패션거리를 활보하는 십대들이 또 반인 이곳은 365일 북적이는 살아있는 시장이다. 2008년 수도권과 연결된 온양온천역이 개통했고 2010년에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어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온양의 역사와 추억을 테마로 한 온궁수라상, 온궁추억장터가 펼쳐졌고 시니어들의 대학로라 불리는 온궁휴양카페도 문을 열었다. 시장상인들이 전문 배우가 되어 악극무대에 오르고, 또 8명의 상인 DJ가 진행하는 온궁미니방송국도 개국했다.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을 다녀갔던 부부 70쌍이 추억의 신혼여행을 다녀가기도 하는 등 온양온천시장의 2010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활기찼다.
1,300년을 이어온 온양의 한 시절은 조선의 왕들과 함께했고 또 한 시절은 신혼의 단꿈을 안고 찾아든 수많은 신혼부부의 설레임과 함께했다. 그리고 지금 온양온천시장은 그 역사와 추억을 양분삼아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특별한 문화공간으로의 한 시절을 맞이하고 있다. 온양온천시장은 단순한 전통시장이 아니다. 특별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문화체험 장이다. 값비싼, 고급휴양 일색인 관광대신 한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먹고, 보고,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이색 관광지이다.
- 위치 : 충남 아산시 온천동 69-11번지 일원
- 관리자 : 온양전통시장활성화구역상인회(대표:황의덕)
- 개설일자 : 2009년 9월 21일(상점가, 전통시장 합병)
- 시장구분 : 인정시장
- 취급품목 : 어물전, 농산품, 식품, 생필품 등
이한호(koreanh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