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소리가 들렸다. 중화기를 사격하나보다 생각하는 찰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더니 ‘쾅’ 소리와 함께 포상 안에서 큰 화염이 일어났다. 연이어 탄이 쾅쾅 터지면서 삽시간에 전율이 흘렀다. 파편 같은 것이 굴러서 나를 덮치는 듯했다. 눈앞 채 5m도 안 되는 거리에서 포상을 가득 메울 만한 화염이 치솟아 어리둥절했다.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지난해 11월23일 오후 2시30분 서해 연평도에 북측 포탄 170여발이 떨어졌다. 해병대 연평부대 배재민 병장은 그때의 상황을 이같이 묘사했다. 해병대사령부는 연평도 포격 도발 1년을 보름 앞둔 8일 당시 연평도를 지킨 해병 53명의 기록을 담은 수기집을 언론에 공개했다. 수기집에는 긴박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K-9 자주포 조종수 박종윤 상병은 “갑자기 머리 위에서 전투기가 날아가는 듯한 굉음이 들리더니 ‘쾅’ 하고 포탄이 터졌다. 순간 머릿속에는 이제 전쟁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그날을 기록했다. 포 사격을 지원했던 황대건 일병은 “내 인생에서 시간이 가장 느리게 간 날”로 그때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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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부대의 위용 해병대사령부는 8일 북한의 포격 도발 당시 연평도를 지킨 해병 53명의 기록을 담은 수기집을 공개했다. 사진은 연평도 해병대 전차부대의 기동훈련 모습. |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전우를 구한 이재광 병장은 “포탄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가 환자들을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피를 많이 흘리는 환자는 야전 상의와 내피를 벗어 직접 지혈을 해줬다. 후송이 끝난 뒤 주위를 둘러보니 바닥에는 전우들의 피가 묻어 있었다”라고 썼다.
해병대사령부는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와 문 일병 합동영결식 당시 동료 병사들의 추도사를 포함해 당시 상황을 기록한 수기집을 현재 장병 정신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