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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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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는 미국의 작가 너대니얼 호손이 1850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주홍글씨’에서 유래한다. 간음한 여자 주인공의 가슴에 주홍색 ‘A’자를 새겨 죄인임을 널리 알린 것이다. A는 간통(Adultery)의 머리글자다. 당시만 해도 ‘금지된 사랑’에 대한 가혹한 형벌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가 개인한테 붙이는 일종의 ‘죄의 꼬리표’인 셈이다.

조선시대에도 주홍글씨는 있었다. 낙형(烙刑)이라는 형벌이다. 주로 도망갔다가 잡힌 노비에게 가해졌다. 남자는 왼쪽 얼굴에 ‘노(奴)’자를, 여자는 오른쪽에 ‘비(婢)’자를 새겼다. 이마나 얼굴에 바늘을 찔러 먹물을 넣기 때문에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도망친 데 대한 형벌치고는 너무 가혹해 몇몇 왕은 폐지하라고 명을 내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유사 석유를 팔았던 주유소입니다.” 앞으로 가짜 석유를 팔다 적발된 주유소에 붙여질 문구라고 한다. 현대판 주홍글씨다. 가짜 석유 유통을 뿌리뽑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고육책이다. ‘불량 주유소’라는 낙인을 찍어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게 하겠다는 얘기다. 관련법이 통과됐다고 하니 ‘가짜 석유’ 주홍글씨를 보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유사 석유는 휘발유나 경유에 가격이 싼 용제나 등유 등을 섞어 만든다. 만들기가 쉬운 데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근절되지 않고 있다. 폐해가 한두 가지 아니다. 차량이 주행 중에 멈추거나 폭발할 수도 있다. 유해가스를 배출시켜 인체에 큰 위협을 준다. 이뿐 아니다. 연간 1조5000억원에 이르는 탈세로 국민경제를 갉아먹는다. 착한 주유소나 소비자 입장에선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이런데도 가짜 석유가 판을 치고 있으니 답답하다.

주홍글씨가 불량 주유소 퇴출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낙인이 찍힌다 해도 온갖 수단을 동원해 소비자의 눈을 가릴 게 뻔하다. 소비자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고유가 시대, 싼 기름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겠지만 두 눈 부릅뜬다면 불량 주유소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가짜 석유 퇴출은 결국 현명한 소비자의 몫이다.

김선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