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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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직접 나서 소통… ‘엉킨 한·미FTA’ 실타래 풀리나

한나라 “파격적 案”… 민주 압박
여야 6인협의체 본격 가동키로
민주 강경파는 ISD 폐기 요구
16일 의총… 수용 놓고 논란 클 듯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저지만 외치던 민주당에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새로운 제안을 던졌기 때문이다. 일단 끝모를 ‘FTA 대치정국’의 돌파 계기가 마련됐으나 성공은 불확실하다.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통령 제안을 수용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강경론이 득세하면 다시 원점이다.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에게 내놓은 ‘선 비준, 후 3개월 내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 카드는 지난달 31일의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다음날 민주당 의총에서 퇴짜를 맞은 바 있다. 그런 만큼 16일 의총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이 대통령 제안에 대해 당내 협상파인 김진표 원내대표도 “미흡하고 실망스럽다”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 면담 후 손학규 대표는 주요 당직자와 함께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강경 여론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ISD 폐기’라는 외길을 끝내 고수한다면 여당 강경파가 비준안 강행처리의 구실을 얻게 돼 국회는 파국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이 대통령 제안을 거부하면 다른 회의실을 사용해서라도 비준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거부를 전제로 일단 외통위의 비준안 처리를 마무리한 뒤 내달 2일 새해 예산안과 함께 동시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웃는 與, 고민하는 野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왼쪽 두 번째)와 황우여 원내대표(〃 세 번째)가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기다리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진표 원내대표는 피곤한 듯 손으로 눈자위를 문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원내대표 합의 시와 다르다는 점에서 낙관론도 적잖다. 우선 이 대통령이 손 대표에게 “책임지고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에서 ‘ISD 재협상’ 카드는 훨씬 큰 무게감을 지닐 수밖에 없다. 또 대통령이 몸소 국회를 찾아 협조를 요청하는 ‘소통의 낮은 자세’를 보였는데, 민주당이 마냥 ‘마이 웨이’만 고집하면 여론의 역풍을 자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은 당장 이 대통령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며 민주당 압박에 들어갔다. 홍준표 대표는 다음주 초까지 당 소속 의원과 릴레이 오찬을 갖고 내부 결속을 다질 예정이다.

여기에 ‘ISD 절충안’에 서명한 여야 협상파 의원이 90명에 달한다. 이날 제안으로 이 대통령과 여야 협상파는 민주당 강경파를 옥죄는 데 공조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한 협상파 재선 의원은 “절충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협상파 입지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협상파인 홍정욱 의원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을 여야가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 의원과 민주당 김성곤 의원 등 여야 협상파 각 3인은 이날 한·미 FTA 협의처리를 위한 협의체를 본격 가동키로 했다.

나기천·김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