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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대치’에 대법관 공석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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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헌재재판관 인준안
여야 FTA벽에 막혀 처리 못해
전원합의체 판결 등 업무 차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 속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다. FTA 문제에 ‘올인’한 국회가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제때 충원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탓이다. 재야 법조계를 중심으로 “국회가 빨리 정신을 차리고 제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날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이 임기만료로 물러났지만, 후임 대법관으로 지명된 김용덕·박보영 후보자는 언제 취임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하는데, 여야가 FTA 문제에 정신이 팔려 임명동의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탓이다. 여야는 24일 본회의 일정을 잡아놓았으나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대치로 유동적이다.

박시환·김지형 대법관 퇴임식 박시환(앞줄 왼쪽 첫번째)·김지형(〃 두번째) 대법관이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의견을 다수 제기했던 이들은 이날 6년 임기를 마치고 법원을 떠났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대법관 4명씩으로 구성된 3개 소부(小部)가 대부분의 상고심 사건을 처리한다. 박·김 두 대법관이 빠지면서 대법원 2부와 3부는 당분간 대법관 3명이 재판을 해야 할 처지다. 대법관을 지낸 한 원로 법조인은 “대법관 4명이 심리할 때와 3명이 심리할 때를 비교하면 천양지차”라며 “당연히 4명이 심리할 때 훨씬 충실하고 정확한 재판이 된다”고 말했다. 국회의 ‘직무유기’ 탓에 국민들이 ‘충실하고 정확한’ 상고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셈이다.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아예 열 수조차 없다. 전원합의체는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모든 대법관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전체 의견을 듣기 위해 존재하는데, 대법관이 11명뿐인 상황에서 전원합의체를 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정이 딱하긴 헌재도 마찬가지다. 헌재는 지난 7월 조대현 재판관이 임기만료로 떠난 자리가 벌써 130일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다. 민주당이 후임 재판관으로 추천한 조용환 후보자 선출안은 여야 대치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8인 재판관’ 체제로 파행운영 중인 헌재는 간통죄 등 민감한 사건에는 손도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신영무)는 성명서를 통해 “여야 극한대립 속에 대법관 임명동의안과 헌법재판관 선출안마저 처리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여야는 초당적 자세로 사법부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퇴임식에서 박 대법관은 “법관은 소수자, 약자의 아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대법원은 반드시 다양한 가치와 입장의 대변자들로 다양하게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법관의 독립은 생명과 같다”며 “법관의 진정한 독립은 법과 정의를 제대로 선언하는 책무를 다할 때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