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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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기 둔화 경고에 낙관론 ‘백기’

KDI, 2012년 성장률 하향 왜
정부와 함께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펴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결국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국내외 기관들이 속속 3%대 중반까지 전망치를 낮추는데도 꿈쩍하지 않던 국책연구기관도 결국 손을 든 것이다. 올 초 시작된 경기둔화가 사실상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을 알 수 없는 데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성장률 3%대 전망과 혼란스런 정부

“내년 경제는 분명히 어렵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을 써야 할지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할지 정책 판단을 하는 것은 더 어렵다.” 다음달 12일 내년 경제 운용 방향 발표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 빠졌을 때처럼 경기침체가 눈에 보인다면 차라리 대응 방향은 명확해진다. 그러나 지금은 유럽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경기 둔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정말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인지 확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도 엇갈리면서 혼란은 커지고 있다. 광공업생산, 고용지표는 양호한데 물가는 불안하고 소비심리지수는 떨어지고 있다.

일단 다른 경제연구소와 비교했을 때 KDI의 시각은 올해는 다소 비관적, 내년은 다소 낙관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3.6%는 한국금융연구원 3.9%, LG경제연구원 3.8%, 삼성경제연구소 4.0%, 현대경제연구원 4.2%보다 낮았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외국계 투자은행(IB) 10곳의 평균인 3.7%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내년 전망치인 3.8%는 한국금융연구원 3.7%, LG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원 3.6%보다 높았다. 외국계 IB들은 내년에 우리 경제가 3.8%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3%대 후반이 대세를 이루면서 정부 전망치인 4.5%와는 거리가 있다.

◆제 몫 못한 통화당국과 무시 못할 한·미 FTA 효과

KDI는 통화당국이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며 한국은행을 비판했다. 물가안정에 대한 통화당국의 책임성과 관련 제도가 미흡하므로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KDI는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통상적인 기준에 비춰 물가안정에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증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금리에 대한 모의실험을 한 결과 지난 1년간의 정책금리는 다소 낮은 수준에서 유지됐다”고 밝혔다. 또 “2011년의 경우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향후 물가안정 기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안정에 대한 통화당국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본 전망에서 0.1∼0.3%포인트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 효과로 양국 간 수출입이 확대되는 직접적인 효과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경쟁 관계인 국가와의 교역을 대체하는 무역 전환 효과가 모두 존재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연간 대미 수출 증가율은 3%포인트, 수입 증가율은 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상혁 기자 nex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