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설치돼 있는 의류 수거함 주위에는 각종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또 누군가 몰래 버린 음식물 쓰레기들로 악취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최씨는 종량제 봉투와 청소용 물을 준비해 의류 수거함 주변을 직접 청소했다.
최씨는 "자원 재활용이라는 취지로 만든 의류 수거함에 양심 없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이 문제"라며 "밤에는 의류 수거함 주변에 도둑 고양이들까지 어슬렁거릴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취지로 주택가와 도로 주변 등에 설치돼 있는 의류 수거함이 시민들의 비양심적인 행동과 관리소홀 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 밀집지역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 중 상당수가 쓰레기통으로 변질되거나 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보니 도심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주변 위생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원 역시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의류 수거함을 관리하고 감독할 뚜렷한 법적 규정이 없고, 의류 수거업체도 제각각 달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의류 수거함이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보니 자치구에서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 주택가 밀집지역 골목 안에 들어서자 50m 간격으로 의류 수거함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의 의류 수거함에는 의류를 수거해 가는 단체와 연락처 등이 표시돼 있지만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유흥업소의 대형 광고 전단지 등 각종 전단지가 어지럽게 붙여 있었다.
의류 수거함 안에는 재활용 옷뿐만 아니라 쓰레기 규격봉투에 넣어 처리해야할 대형 이불과 베개, 매트 등이 쓰레기 뭉치들과 뒤엉켜 수북이 쌓여 있었다.
수거함 주변에는 한쪽 다리가 부러진 상과 날카롭게 깨진 유리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지나가는 시민들은 가운데 일부는 의류 수거함을 쓰레기통을 착각한 듯 쓰레기와 오물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의류 수거함에 버리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헌옷 등 재활용이 가능한 의류 등을 수거할 목적으로 설치된 의류 수거함이 정작 쓰레기들로 채워져 있어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수거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심지어 사용하고 버린 여성 생리대부터 애완견의 사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하소연 했다. 때문에 의류 재활용 업체들은 의류 수거작업을 마치면 다시 쓰레기 분리작업을 병행해야 하고 쓰레기 처리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고 한다.
구로구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을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는 "하루 종일 의류 수거함을 지킬 수 없는 노릇이고 쓰레기통으로 착각해 쓰레기와 오물 등을 버리는 비양심적인 시민들이 많다"며 "평소에 청소도 하고 관리를 하지만 늘어나는 쓰레기와 민원을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소외 계층을 돕기 위핸 만든 의류 수거함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버리는 각종 쓰레기들과 광고 전단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시민들도 좋은 취지에 공감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비단 구로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대부분 구청에서는 관내에 의류 수거함이 몇개나 설치돼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시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구로동에 10년 넘게 살고 있는 김모(60)씨는 "동네 골목마다 의류 수거함이 설치돼 있는데 관리가 제대로 안 돼 흉물로 변했다"며 "각종 쓰레기들로 악취는 물론 동네 미관도 해치는 의류 수거함을 전부 없애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사는 주부 서모(44·여)씨는 "의류 수거함이 아무렇게나 설치돼 있어 수거함인지 쓰레기통인지 분간하기 힘들어 오히려 쓰레기 무단투기를 부추기는 꼴"이라며 "서울시가 나서서 재질과 규격, 색상 등을 통일해 설치하고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렇게 의류 수거함과 관련한 민원이 자주 발생하지만 뚜렷한 법적 규정이 없다보니 구청들도 선뜻 나서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의류 수거함과 관련한 규정이 없어 민원이 발생할 경우 의류 수거함을 관리하는 업체에 통보해주는 정도"라며 "의류 수거함은 관련법이 없는 자유업종이다 보니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치구의 무관심과 관리소홀, 시민들의 비양심적인 쓰레기 불법 투기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어 의류 수거함은 도심 속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