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후즈 지음/김민석 옮김/돌베개/1만원 |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와 영화 ‘도가니’의 문제의식을 공감한다면, 여기 1950년대 미국 한 소녀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 안의 비상식과 편견을 드러내고 참여와 인권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논픽션 이야기다. ‘열다섯 살의 용기’는 1950년대 미국 남부 도시 몽고메리에 실재했던 한 흑인 소녀 이야기를 재구성해 2009년 전미도서상, 2010년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클로뎃 콜빈은 버스에서의 흑인 인종 차별에 맞선 평범한 시민 로자 파크스보다 먼저 행동했던 용감한 십대였다. 하지만 50여년간 흑인 민권운동의 역사에서 삭제된 페이지로 남았던 클로뎃 콜빈을 발굴해낸 것은 논픽션 작가 필립 후즈였다. 콜빈의 사건이 무모하고 미성숙한 십대였다는 이유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작가는 1년 여에 걸쳐 콜빈과 주변 사람들을 만나 취재한 기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콜빈의 뜨거운 육성과 분석적인 3인칭 서술을 오가며 부당한 것에 항의하면서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십대 소녀의 일상을 따라간다. 무엇보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존귀한 존재와 천한 존재를 가르는 기준에 의문을 품는 소녀의 섬세한 감수성, 지속적인 부당함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설득력 있게 묘사된다. 이 책의 탁월함은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낭만화하는 내러티브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가 클로뎃 콜빈이라는 이름을 망각한 이유를 집요하게 질문하는 이 책은 행동하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세상의 잔혹한 시선에 대한 폭로이기도 하다.
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