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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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敵 침투에 전방부대 ‘우왕좌왕’

합참, 불시 대비태세 점검
‘대항군’ 특전요원 한명도 못잡아… 허술한 경계망 고스란히 드러내
6일 오전 1시쯤. 강원도에 있는 전방부대에 특전사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20여명의 특전대원들이 차량에 탑승해 부대 정문까지 이동한 뒤 전광석화처럼 부대 안으로 진입해 주요 시설들을 접수해 나갔다.

부대 내 경계요원들이 일거에 제압됐고 무기고와 탄약고 등 주요 시설들은 폭파됐다. 불시 기습에 놀란 전방부대는 크게 우왕좌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침투는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에서 해당 부대에 통보하지 않은 채 적 침투를 가상한 불시 대비태세 점검차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쯤부터 합참의 핵심 간부와 위기조치반 소속 장교 전원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전방지역의 한 부대에 폭발음이 청취됐다는 긴급 상황이 전파됐다. 새벽 잠을 설친 장성과 장교들은 부랴부랴 합참으로 복귀했다.

춘천과 철원지역의 해당 부대에서도 주요 간부와 위기조치반원들이 소집됐다.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 때처럼 상황 자체에 대공용의점이 있다고 판단해 국지도발 최고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

같은 시각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적으로 가장한 대항군 특전사 요원 20여명을 이 부대에 침투시켜 대비태세를 점검한 것이다.

순식간에 부대 경계망이 뚫렸고 1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5시까지 대항군 역할을 한 특전요원을 한명도 붙잡지 못해 전방부대의 허술한 경계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합참 관계자는 “말단 부대의 실제 전투력과 능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정승조 합참의장의 지시로 대비태세 점검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불시 대비태세 점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