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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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의 땅에 신화 일군 철강 선구자”

빈소 조문행렬 이모저모
13일 오후 5시20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고인을 추모하는 발길이 임시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어졌다. 

오열하는 유족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차려진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에 부인 장옥자(가운데)씨와 유족들이 오열하며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탓에 부인 장옥자 여사 등 유족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박 명예회장의 여동생은 “오빠는 가족한테도 ‘국가와 일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불렸다”며 “우리에게는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오빠였다”고 울먹였다.

고인의 사돈 부인은 “고인은 대단한 분이시기도 했지만, 가정에서는 다정한 남편이자 시아버지였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장례격식으로 사회장과 국가장을 두고 검토를 하고 있다.

저녁 무렵부터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진념 전 부총리, 이기수 대법원 양형위원장, 강덕수 STX회장 등 주요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고인은 이 땅의 산업 근대화를 이끌던 주역”이라며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 산업을 육성시켜 포스코를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회사로 키웠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6·25 때부터 만나 인연을 이어온 60년 지기 등 지인들이 빈소를 찾아 대쪽 같았던 생전 고인의 삶을 돌아보았다.

특히 고인이 젊은 시절 제철소 현장을 진두지휘한 게 사망원인일 것이란 분석에 조문객들은 옷깃을 여몄다. 고인은 석면을 주원인으로 발병하는 흉막 섬유종 수술에 따른 후유증으로 숨졌고, 실제로 지난달 수술 당시 폐 부위에서 석면과 규폐가 발견됐다.

장례준비 과정에서 고인이 생전 본인 명의의 재산이나 유산을 전혀 남기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유족 측 대변인을 맡은 김명전 삼정KPMG 부회장은 “평소에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다”면서 “큰딸의 집에서 살면서 생활비도 자제들의 도움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헌화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박 회장의 부인인 장옥자 여사가 영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은 “포스코가 더 크게 성장해 세계 최고가 되길 바란다. 임직원들은 애국심을 가지고 일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가족들에게는 “고생시켜 미안하다. 화목하게 잘 살아라”고 했다.

재계도 일제히 애도의 뜻을 밝혔다. 삼성은 애도성명을 내고 “박 명예회장은 삼성 창업주이신 고 이병철 회장,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개발연대를 이끌어오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고인의 뜻을 기리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박현준·김희원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