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사회는 ‘북한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북한리스크의 핵심은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3대 세습을 하려는 김일성의 손자면서 김정일과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은에 있다.
사망 첫날 출렁이던 증시와 환율 등 각종 경제지표가 다행이도 이튿날부터 빠르게 정상화됐다. 표면적으로는 북한리스크가 사라졌지만 지도력이 검증되지 않은 김정은이 있는 한 항존(恒存) 한다고 봐야 한다.

■ 권력기반이 약한 김정은 자체가 북한 내 리스크?
군주제가 아닌 공화국 형태 국가에서 3대 세습은 세계사적으로 북한이 유일하다. 독재국가에서 권력 세습은 국가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패악이다. 권력 유지를 위해 개방개혁을 거부하고 폐쇄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해마다 식량난으로 수많은 주민이 아사하거나 목숨을 걸고 중국 국경을 넘는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해마다 증폭되고 있고 북한리스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0대 후반의 김정은이 과연 북한을 이끌 수나 있을지 심각하게 걱정되는 부분이다.
북한 국가권력의 3대 세습을 지켜보면서 데자뷰를 느꼈다. 바로 ‘재계 3.0’이다. 산업사회 60년 역사를 가진 우리 재계도 바야흐로 2세대를 넘어 3세대들이 가업을 승계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세습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국가권력 세습은 앞서 언급했듯이 체제 유지를 위해 폐쇄적인 독재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을 먹여 살리기 어렵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반면 경제권력 세습은 가업승계(지속가능)와 고용창출 차원에서 일면 장려되고 있다.
반면 정치권력의 ‘못된’ 세습과 견줄 수 있는 부(富)의 무상세습 때문에 고까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선대의 기업가정신을 훼손하는 형제간 재산분쟁, 회삿돈 횡령, 비자금 조성 등으로 경제 건전성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를 통치하는 것과 기업을 경영하는 행위는 프레임은 틀리지만 방법론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김정은의 북한리스크가 우리 재계의 3세대 경영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국가적으로는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북한 리스크매니지먼트’가 필요하듯이 재계에서는 ‘CEO 리스크매니지먼트’가 필요한 때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그룹총수 형제가 수차례 청사를 들락거리고,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은 한 그룹총수는 회사 경영 어려움을 이유로 선처해 달라고 읍소하는 요즘이다.
또 한 그룹총수는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져 받을 죄 값을 따져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들 CEO들의 특징은 창업주가 아닌 2세, 3세 또는 사위 등이라는 것이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의 한순간 잘못된 판단은 기업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회사의 성장가치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과 경제정책의 궤를 같이 한 정부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갑작스런 북한의 권력세습이 ‘재계 3.0’과 겹치면서 CEO 리스크매니지먼트를 다시 생각게 한다.
유성호(경제평론가·경제매거진 에콘브레인 편집장 / shy1967@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