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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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등 여수산단 재벌기업들 ‘편법 관로 이설 거부’ 배짱

법·절차 어기고 되레 큰소리…공무원·업체 유착 의혹 수사
GS칼텍스 등 대기업들이 도시계획선 내에 편법·불법으로 설치한 원료 이송 관로는 파행으로 뒤범벅된 국가산업단지의 ‘요지경’ 현주소를 말해준다. 여수산단 내 GS칼텍스 등은 지자체의 이설 협조요청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면서 오히려 배짱을 부려왔다. 최근 도시계획선 내에 관로를 세운 몇몇 기업이 지자체 행정명령을 받고 철거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세계일보 12월27일자 참조〉

27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GS칼텍스 등 7개 기업은 여수산단 내 와이앤텍 정문∼낙포 1.1㎞ 구간에 설치된 기존 관로 다발(파이프랙)에 새 관로를 설치하려다 올해 초 인허가 단계에서 중단됐다. 기존 파이프랙을 설치할 때부터 관련 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서다.

이 구간 내 관로는 GS칼텍스 7개, 한화케미칼 4개, 남해화학 3개, 재원산업 3개, 한국바스프·금호미쓰이화학·휴캠스 각 1개 등 총 20개로, 1977∼2004년 설치됐다.

‘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산입법)에 따르면 산단 내에 관로를 설치하려면 관할 도지사로부터 ‘국가산단 개발계획(변경) 승인’과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고, 관할 시장으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GS칼텍스 등이 합법의 근거로 내세우는 도로 점용허가 등 개별법상 인허가 취득은 중요도에서 산입법 절차에 비해 밀린다.

7개사 중 산입법상 절차를 제대로 밟은 기업은 한 곳도 없다. 특히 GS칼텍스, 한화케미칼, 남해화학, 재원산업, 한국바스프 5개사의 관로는 도시계획선 내에 설치되어 있다. GS칼텍스의 관로 7개 중 3개가 그나마 1977년 도시계획시설 결정 이전에 설치되어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될 뿐이다.

여수시는 이 구간을 도시계획선 25m로 확장하기 위해 2008년부터 관로 이설을 요청해 왔다. 2012년 5∼8월 하루 최대 30만명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2013년 인근 해안에 각각 7만t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석탄부두와 일반부두가 준공되면 물자 이송 차량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GS칼텍스 등은 예산상 문제를 들어 이설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도시계획선을 25m에서 20m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어 일부 공무원과 업체 간 유착 의혹마저 낳고 있다.

이에 반해 인근 지역에서는 도시계획선 내에 관로를 설치한 게 문제가 돼 행정명령을 받고 철거한 기업이 있다. 2008년 한화케미칼과 한국바스프, 유한회사 TNC가 여수시의 이설 명령을 받고 약 20억원을 들여 관로 200m를 철거했다.

3개사는 산입법상 인허가를 받지 않은 데다가 시공 과정(2003∼2007년)에서 도시계획선을 일부 침범해 문제가 됐다. 시공사인 한화건설은 도시계획선 침범 실수를 인정해 이설비 7억∼8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에도 호남석유화학 관로가 도시계획선을 750m 침범한 사실이 드러나 철거됐다.

한 기업 관계자는 “여수산단의 불법 관로 문제는 어느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대기업이라고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으니 바로 이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수시는 최근 경찰과 함께 여수산단 내 20여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건축물과 시설물 실태조사를 벌였다. 여수시 관계자는 “관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소유 업체 파악이 쉽지 않아 해당 업체에 소명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여수경찰서도 도시계획선 20m 축소 추진과정에서 공무원과 업체 간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다.

특별기획취재팀= 박희준·신진호·조현일, 여수=류송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