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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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준법지원인제 기업현실 외면”

‘자산 3000억원 이상’ 적용에 “법조인 밥그릇 챙기기” 반발
정부가 28일 ‘준법지원인’ 제도를 적용할 기업의 규모를 자산 3000억원 이상 상장사로 정하는 내용의 상법 시행령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재계는 “기업 현실을 외면한 중복규제로 법조인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한 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경제계, 학계, 법조계가 기업 적용 범위를 각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5000억원 이상, 1000억원 이상을 주장한 점에 비춰 볼 때 이번 입법예고는 법조계의 입장을 두둔한 것”이라며 “고임금의 준법지원인 일자리 창출보다는 5∼6명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준법지원인 제도의 적용 기업 범위가 지나치게 넓게 설정됐다고 비판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준법경영을 위해 기업들이 감사위원회, 상근감사, 내부회계관리제, 사외이사 등의 내부 통제장치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준법지원인 제도 의무화는 기업에 대한 이중규제”라며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중 경제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적용 기업 범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의 윤리경영을 강화한다는 애초의 법 취지를 내세워 포화상태에 이른 법조인력을 고용하도록 해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자산 규모 3000억원 이상의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하면 유가증권 상장사의 과반수 기업(53.1%)이 제도 적용을 받게 된다”며 “시행 4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기업의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윤리적 경영이라는 미명 아래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준법지원인 적용 대상 기업을 최소화해 시범 운용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정부는 이를 도외시했다”며 “준법지원인 제도의 당위성만 강조돼 기업의 현실은 무시되고 일방적으로 변호사 업계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중견기업인연합회는 “시행령이 적용되면 자산 3000억원 이상 상장사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적용범위를 감사위원회 설치 규정과 동일하게 자산 2조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