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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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2012년 키워드 ‘진화’

올해 책 시장 역시 편차는 컸다. 책을 읽는 사람은 더 많이 읽고, 안 읽는 사람은 더 안 읽었다는 뜻이다. 베스트셀러만 집중해서 읽는 편식 현상 역시 더욱 심해졌다. 2011년 교보문고 도서 판매 결산 자료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종합 100위의 판매량이 처음으로 200만부를 넘어섰는데 신간 1종당 평균 판매량은 140권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베스트셀러 집중 현상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새로운 독자의 출현이라는 현상이 숨어 있다. 모방송사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것이 출판계의 또 다른 위안거리다. 그 새로운 독자들이 누구인가. 독서의 사각지대에서 방황하던 20대 ‘청춘’들이다. 청춘들의 귀환에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였다. ‘청춘신드롬’의 파괴력은 예상 밖으로 거셌다. 청춘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삶의 길을 일러주는 책들이 봇물을 이뤘다.

2011년의 출판계 키워드가 ‘청춘’이었다면, 2012년의 키워드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단 한 단어로 표현하면 ‘진화’다.

‘진화’하면 ‘자연선택’, ‘적자생존’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자연계의 질서가 꼭 그렇게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편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런 이타적인 행동을 두고, 학자들은 ‘종 전체의 발전을 이루거나, 유전자에 이익을 주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책으로 귀환한 청춘들의 행보가 기성세대들의 눈에는 불안하고 철없고,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청춘들의 이런 행보는 우리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타적인 진화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앞선다. 그리고 무릇 모든 변화의 과정은 힘겹고 혼란하며 어지러웠음도 잊지 말자.

2012년 ‘국민 독서의 해’가 달려온다. 올 한해 세상과 당당히 맞섰던 ‘청춘’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을 통해 자기 안의 ‘진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남성호 교보문고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