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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18) ‘적을 보는 눈’ 대북 정보수집 능력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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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이어진 ‘햇볕기조’에 휴민트 붕괴… 北지도부 동향 ‘캄캄’
현대전을 정보전이라고 부른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보듯 상대보다 우월한 정보수집 능력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평소 북한의 움직임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북한의 기습 의도를 미리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억제가 실패해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확한 정보는 전쟁 수행 시 전선으로부터 수백㎞에 떨어진 적 핵심 표적을 정밀타격 전력을 동원해 신속하게 무력화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사전에 적의 활동을 파악하고 감지하는 활동을 군사적인 용어로 ISR라고 부른다. 정보(Intelligence), 감시(Surveillance), 정찰(Reconnaissance)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여기에는 적의 위치를 알아내거나 적을 공격해 얼마나 피해를 입혔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 전자장비의 종류나 능력을 탐지하는 전자정보 수집, 적 통신망을 감청하고 주파수 특성을 분석하는 통신정보 수집, 목표 지역의 기상정보 수집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으로는 사람을 활용하는 방법(휴민트·HUMINT)과 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있다.

장비 활용에는 사진촬영이나 적외선 장비 등을 사용하는 영상정보(이민트·IMINT) 수집과, 적의 통신을 감청하기 위해 레이더 등 특수기술을 이용하는 신호정보(시긴트·SIGINT) 수집 활동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정보당국과 군의 정보수집 능력 및 자산은 어느 정도일까.

◆붕괴된 대북 ‘휴민트’


대북 휴민트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과 국군정보사령부 등의 전성기는 1990년대였다. 1997년 2월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남한행, 같은 해 8월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의 미국 망명에 이어 1998년 2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북한대표부 김동수 서기관 망명, 1999년 1월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 김경필 서기관 망명 등은 모두 국정원 작품이었다. 당시 정보사 요원들은 영변 핵시설 주변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채취해 북한 핵개발 사실을 확인할 정도였다.

이들의 활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북한이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을 일으키는 한편 국가안전보위부의 ‘반탐’(대간첩작전) 요원들을 대거 중국으로 보내 한국 요원 제거작전을 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남북 간 갈등이 커져 갔다. 이에 중국 당국이 대북정보망의 핵심 거점이었던 중국 선양의 국정원 안가와 위장회사를 급습, 남한 요원 30여명을 체포했고 대북 첩보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해 초부터 불기 시작한 국정원 내 숙청 바람으로 간부 125명을 포함, 모두 581명의 대공 전문요원들이 조직을 떠났다. 대북화해 기조를 내세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대북 정보망이 와해 직전까지 갔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순한 부주의로 휴민트가 무너지기도 했다. 국정원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양치질을 할 만큼 회복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2009년 들어서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대북 휴민트 라인의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김 위원장 뇌를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의 모 월간지 게재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장의 ‘김 위원장 양치질 가능’ 발언으로 어렵사리 구축한 북한 권력 핵심부의 휴민트를 잃는 잘못을 범했다. 지난해 2월 국정원 직원이 한국을 찾은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숙소를 뒤지다가 발각된 것도 휴민트 역량 저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대북 정보력 부재는 지난달 20일 국회 정보위와 국방위에 각각 출석한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관진 국방장관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TV를 보고 알았다”고 발언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국정원 출신 한 퇴직자는 “최근 휴민트는 대부분 탈북자나 중국 동포 등을 대상으로 대북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장마당 물가나 주민 배급 상황, 생활 정도를 파악하는 초보적 수준”이라면서 “북한 지도부 동향이나 군 내부에서 벌어지는 동향 등 고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경색된 대북정책과 대북라인 부재가 대북 휴민트의 붕괴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이민트’와 ‘시긴트’는 미군의 그늘


우리 군의 영상정보 확보 수단은 RF-4C 정찰기가 대표적이다. F-4C 팬텀 항공기에 카메라를 장착해 신문 크기만한 사진을 연속적으로 찍어 분석한다. 하지만 저고도 정찰기인 데다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운용 중인 기령(機齡) 46년 된 노후 기종이다.

금강정찰기도 있다. 군사분계선 남쪽 40∼50㎞ 공간에서 고도 10㎞ 이상으로 비행하며 80㎞ 정도 거리의 북한 군사시설을 촬영한다. .

북한의 신호정보는 백두정찰기로 잡는다. 군사장비의 특정 신호음이나 전화 내용을 감청한다. 휴전선에서 500㎞ 떨어진 백두산 일대까지 전파를 감시할 수 있다. .

기종 선정 당시부터 로비의혹이 제기됐던 백두정찰기는 도입 초기에 탐지정확도, 통신거리, 작전환경 적합성 등 12개 항목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성능 논란이 일었다. 현재 국방부는 백두 후속사업으로 2015년까지 프랑스 다소사의 ‘팰콘2000S’ 정찰기 2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시긴트 자산으로 중국 일부 지역의 통신·전자신호까지 포착 가능한 정보자산이 있다. 예산 2000억원을 들여 2007년 완료한 ‘향백사업’이 그것이다. 지난해부터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가 도입돼 한반도 전역에 걸쳐 감시·정찰임무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미군 전력에 비해서는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군 당국이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공군 지휘권은 그대로 미군에 맡기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미군은 영상정보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한국군을 압도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상 600∼700㎞ 상공에는 미 공군 우주사령부가 운용 중인 정찰위성 KH-12가 돌고 있다. 이 위성에 탑재된 전자광학카메라는 지상에 있는 1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한국이 운용 중인 다목적 실용위성 1호도 지구궤도를 돈다. 그러나 해상도가 6m 이상이고, 관측지역 상공을 정확히 지나가지 않으면 해상도가 10m 이상까지 떨어진다. 한국과 미국의 이민트 수집 능력 차이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한국군은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뜨는 U-2 고공정찰기와 미군 정찰위성에서 찍은 북한지역 사진을 매년 3000여장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미군기지에 있는 RC-135S(코브라 볼)와 E3 공중조기경보통제기도 북한 주변을 들락거린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미국 보잉사에서 제작돼 지난해 도입된 피스아이는 한반도 전역 공중과 해상의 1000여개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MESA 레이더를 갖추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보자산 증강에는 시간· 노력 필요


미군의 U-2기의 경우 한번 임무 수행 때마다 약 100만달러(약 11억원)가 소요된다고 한다. 미군 정보자산의 중첩된 24시간 감시체계를 고려할 때 이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독자적으로 북한을 감시할 수 있는 정보자산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당분간은 미군의 정보자산에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예산을 늘려 첨단 대북 감시자산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신호·영상정보 수집 수준은 계속 확장될 전망이다.

문제는 휴민트다. 기술정보가 휴민트와 결합하지 않는 한 대북첩보는 ‘반쪽정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을 키워야 하는 휴민트는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우리 국정원이 그랬던 것처럼 과거 지미 카터 미 행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인권을 내세워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다. 수천 명의 공작요원과 정보요원이 거리로 내몰렸다. 일부 요원들은 중남미 마약조직에 몸을 의탁했다. 이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CIA를 원상회복하려 했지만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한 전직 국방정보본부장은 “첨단기술이 미래를 지배한다 해도 인간이 판단과 결정에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휴민트 복구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