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공인회계사나 자산관리사 같은 자격증에 가산점이 붙는데, 이런 조건이면 대기업 입사보다 어렵다”며 “말은 ‘고졸채용’ ‘전공무관’이니 해 놓고 실제로는 완벽한 사람만 뽑겠다는 심보”라고 불평했다.
정부가 청년층 일자리 마련과 취업능력 제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청년인턴을 적극 채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높은 자격요건 때문에 서류를 내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행정분야 청년인턴의 경우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변리사 등에는 25점을 준다. 10점을 인정하는 자격증도 세무회계1급, 원가관리사, 자산관리사 등 고급 자격증이다.
기술분야 인턴은 기술사 자격증에 25점을 부여하는데, 기사 자격증 소지 후 실무경력이 4년 이상 돼야 지원이 가능할 만큼 따기가 어려운 자격증이다. 결국 자격증이 없으면 100점 만점에 기껏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은 75점이다. 채용문을 열어놓았다지만 고졸자나 평범한 대학생에겐 ‘그림의 떡’이다.
9일 서류접수를 마감한 청와대 청년인턴 채용 전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교졸업 후 5년 이내인 자’와 ‘대학 재학 또는 졸업 후 5년 이내인 자’는 누구나 응시할 수 있지만, 우대조건이라고 내건 항목들이 까다롭다. ‘영어 독해 및 작문 가능자’, ‘광고·공모전 수상자’, ‘언론 관련학과 전공자’ ‘이공계 전공자’ ‘사진 영상 관련분야 전공자’ 등 대학을 졸업하거나 특정 학문을 전공하지 않으면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 취업관련 카페에는 “스펙이 높아야 (청와대 인턴에) 지원할 수 있는 거냐” 등의 불만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청년인턴에 관심을 가진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학 4학년 정모(26)씨는 “사회진출을 앞둔 학생들에게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청년인턴 아니냐”며 “고졸자는커녕 대졸자들도 지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박모(27)씨도 “청년인턴은 최소 토익 850점에 학점 3.5 이상 스펙이 돼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어느 정도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뽑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는 “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청년인턴에 이런 고능력을 요구하면서 ‘학력무관’이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자격증 항목을 둔 것은 학력을 제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과정에서 차별성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고졸자를 대상으로는 1월 중에 따로 채용공고를 내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