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자백할 뜻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귀국한 박희태 국회의장 발언을 전해들은 검찰이 내놓은 싸늘한 반응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뜻이다. 검찰은 “설연휴 전에는 의혹이 제기된 주요 관련자를 소환조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혀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박 의장이 귀국 직후 사의를 밝히고 한나라당 2008년 7·3 전당대회 당시 쓴 자금에 관해 ‘양심선언’을 하는 상황을 내심 기대했다. 검찰은 “국회의장 거취에 관해 수사기관이 뭐라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나, 현직 의장의 소환조사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안병용(구속)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 박 의장 전 비서 고명진씨 등 사건 당사자들이 모두 입을 다문 상황에서 박 의장을 통해 사실관계에 접근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검찰은 검사 출신으로 고검장,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박 의장의 ‘방패’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박 의장이 “모른다”고 말한 것은 수사팀이 파고들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고도의 전술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많다.
박 의장이 진짜로 몰랐는지, 보고를 받아 알고는 있었는지, 아니면 돈봉투 살포를 직접 지시했는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내용이다. 다만 박 의장이 몰랐거나 부하에게서 보고를 받은 정도라면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에는 ‘불고지죄’가 있지만 정당법 등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며 “(박 의장이) 보고만 받았다면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의장의 ‘집사’로 불리는 조정만 의장 정책수석비서관 소환조사도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검찰은 안씨나 고씨 조사에서 당장 조 비서관을 불러 추궁할 만큼의 단서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수사팀은 설연휴 동안 박 의장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은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한편 이날 검찰은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를 최근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대 당시 안 당협위원장으로부터 당협 간부들에게 돈을 전달하라고 지시를 받은 구의원들이 “안 위원장이 한 표는 박희태 후보에게, 한 표는 공성진 후보에게 던지라고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두 후보 캠프 사이에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김씨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내심 양심선언 기대… 수사 진척 없어
물증도 없이 현직 의장 소환도 부담
물증도 없이 현직 의장 소환도 부담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