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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가는 기차’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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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2012. 태백 스위치백기차 구간 6월 역사 속으로
강원도 태백은 한때 전국 제일의 탄광촌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탄을 운반하던 철로가 발달했다. 그러나 세월의 부침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탄광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탄광촌은 폐쇄되거나 축소되고, 철도도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 그중에도 가장 큰 변화를 겪는 곳이 바로 영동선 태백 통리역(680m)과 삼척 도계역(245m) 사이다. 특히 1936년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통리역은 ‘강삭철도’(incline)로 유명하다. 인근 심포리역과의 표고차가 250m나 나기에 기관차와 객차를 분리해 한 량씩 쇠줄로 끌어올렸다. 승객들은 기차에서 내려 가파른 고갯길을 걸어서 올라가 다시 기차에 타야 했다. 지금도 당시에 사용하던 시멘트 구조물이 남아 있어 당시 상황을 말없이 대변해주고 있다.

6월 폐지되는 영동선 통리∼도계역 사이의 스위치백 구간. 오른쪽에서 들어온 기차는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왼쪽 철로를 이용해 후진으로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1963년 강삭철도가 없어지는 대신 그곳에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형식의 철도가 생긴다. 바로 ‘스위치백’(switchback) 구간이다. 통리역과 나한정역 사이 16.5㎞에 설치한 스위치백은 경사가 너무 급해 열차가 고개를 한 번에 넘지 못해 산자락을 지그재그로 오르고 내려가는 구간을 말한다. 철길 양쪽에 상부역과 하부역이 있고, 그 사이를 기차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알파벳 ‘Z’ 모양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 산악철도의 백미로 꼽힌다. 영문을 모르는 승객들은 기차가 갑자기 후진하며 아래로, 혹은 위로 진행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6월이면 ‘스위치백’ 구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통리역과 도계역 사이의 17개 터널이 나선형(루프형)의 솔안터널(16.2㎞) 하나로 대체되면서 스위치백 구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대신 이곳엔 강원랜드가 추진 중인 ‘하이원스위치백리조트’가 새롭게 조성된다. 하이원스위치백리조트는 도계∼심포리∼통리로 연결되는 스위치백 철도 전 구간을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임대해 롤러코스터형 내리막길 레일코스와 관광 열차를 운행하고, 추억의 강삭철도도 복원해 협곡 열차 관광의 명소로 가꿀 계획이다.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한 귀네미마을. 거대한 풍력발전기 11기가 새로 들어서 이국적인 자태를 선보이고 있다.
또 서강대와 함께 추진 중인 ‘창의·인성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과 연계해 심포리 미인폭포 등으로 연결되는 협곡 트레킹 코스 개발, 목재 문화 체험장(목재 숙박시설, 놀이터, 창작 체험장) 등의 조성에 나서고, 단독빌라형 숙박시설도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국내 최장 길이인 솔안터널이 개통되면 반세기 이상 무연탄과 주민, 관광객을 실어나르며 애환을 같이했던 심포리역을 비롯해 흥전역, 나한정역도 없어지고 통리역은 화물역으로만 활용된다. 여행객들은 새로 들어서는 동백산역을 이용하게 된다.

김용규 통리역장은 “동백산역∼도계역 간 루프형의 지하 터널식 철도가 개설되고 통리역의 기능이 대폭 축소될 날이 머지않은 점을 떠올리면 가슴이 찡하다”며 “6월 이후엔 스위치백이 없어지므로 색다른 기차여행을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은 그 이전에 한번 다녀가시라”고 권한다.

한편 태백시는 해발 1000m 고지대에 자리한 전형적인 산촌마을인 귀네미마을에 높이 60m가 넘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11개를 설치해 전력 생산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 있다.

태백=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