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가 뽑혔다.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전남 영암 대불공단을 찾아갔다가 일어난 일이다. 5년간 민원이 끊이지 않았지만 당선인의 말 한마디로 이틀 만에 뽑혔다.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른바 ‘MB노믹스’의 시작이었다.
빵집이 사라졌다.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동반성장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뒤 이뤄진 일이다. 동반성장을 강조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다. 재계에서는 삼성계열 호텔신라가 커피숍, 베이커리 사업을 접었다. LG 방계 업체인 아워홈도 순대와 청국장 판매를 접었다.
그런데 김밥집도 사라진다. 27일 현대자동차그룹이 양재동 본사와 제주 해비치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매점 ‘오젠’을 철수하기로 했다. 2500원짜리 김밥과 납품받은 빵을 팔던 매점이다. 새벽 6시부터 출근하는 현대차그룹 직원들이 이용하던 곳이다. 주변에 번화가, 지하철조차 없는데다 아침 김밥을 파는 곳도 없어서 유일한 출근길의 식당이다.
![]() |
| ▶ 27일 현대자동차그룹이 영업 종료하기로 결정한 구내매점 ‘오젠’ |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맞춰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내놓던 대기업들이 청와대의 입을 보며 움직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들이 소상공인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직자에게는 공직윤리가 있고 노동자에게는 노동윤리가 있듯이 이는 기업의 윤리와 관련한 문제"라고 말했다.
전봇대는 뽑혀야 마땅했고 빵집은 지역 영세상인을 살린다지만 김밥을 파는 회사 매점은 왜 사라졌는가. 대기업이 지켜야할 윤리 덕분에 직장인 노동자들이 아쉽게 생겼다. 마치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켰지만 손끝만 보는 모습이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