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에 몰아닥친 ‘2월 한파’에 서울이 멈춰 섰다. 1호선 전동차가 서울역에서 고장나면서 승객들의 발이 묶였고, 출근길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퇴근길에도 경의선 열차가 멈춰서면서 승객들이 한동안 추위에 떨어야 했다. 유치원·초등학교의 임시휴업이 잇따랐고, 낙상사고와 수도계량기 동파도 속출했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7.1도.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23.7도까지 떨어졌다. 1957년 2월11일(영하 17.3도) 이후 2월 날씨로는 가장 매서운 한파였다.
혹한의 날씨에 전동차까지 멈춰 서자 출근길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오전 7시22분 천안발 청량리행 전동차가 서울역에서 고장으로 멈추면서 1호선 운행이 40분 넘게 중단됐다. 이 차량을 바로 뒤따라오던 전동차는 승강장에 접근하지도 못해 승객들이 ‘만원 지하철’ 속에 속수무책으로 갇혀 버렸다. 코레일은 사고 전동차를 후속 차량에 연결해 밀어냈으나 종로5가에서 사고 전동차가 탈선하면서 또다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이날 정오쯤 복구가 마무리될 때까지 1호선 상행선 일부 구간은 전동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고 하행선도 차질을 빚으면서 신도림역 등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야외승강장에서 추위에 떨었다.
퇴근시간인 저녁 8시쯤에도 서울역에서 경기도 문산 방향으로 가던 경의선 열차가 수색역에서 정차한 뒤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한파의 날씨에 6분간 떨다가 다른 열차로 환승하는 불편을 겪었다.
한파는 서울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등굣길도 가로막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유치원 937곳 중 66곳(7.0%)과 593개 초등학교 중 54개교(9.1%)가 이날 임시휴업했다. 3일도 30개 유치원과 29개 초등학교가 휴업하기로 했다.
전국에서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가 속출하고 일부 항공기와 선박은 결항되는 등 혹한 피해도 잇따랐다. 기습폭설 이후 한파로 인한 빙판길 낙상사고 신고도 빗발쳤다.
제천 영하 23.8도, 보은 영하 21.9도, 의성 영하 20.9도, 문산 영하 20.6도 등 이날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기상청은 3일 오후부터 한파가 누그러지면서 입춘(入春)인 4일 평년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극의 한기가 계속 영향을 주고 있어 이달 말까지는 한두 차례 강추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태영·김희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