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기 수출통제는 정부 간 거래에 대해서는 ‘무기수출규제법’(AECA)과 ‘해외원조법’(FAA), 민간 거래에는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안보지원관리매뉴얼’(SAMM)을 토대로 한다. 이 가운데 AECA, FAA, ITAR는 미국의 무기체계와 관련 서비스에 대해 수입국이 미국 허가를 받기 전까지 이를 제3국으로 이전하지 않겠다는 동의를 하지 않으면 무기체계나 기술의 판매 및 이전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미국산 F-15K 전투기. 점선 원 안은 지난해 미국이 한국의 무단 분해 의혹을 제기한 야간 저고도 침투장비 ‘타이거 아이’. 공군 제공 |
실제로 2008년부터 파키스탄에 수출을 추진해온 전자방해장비(ALQ-200)는 미국의 제동으로 수출이 무산됐다.
1970년대 초반부터 국산무기 개발에 나선 한국은 완성품 무기체계에 대한 자주성 확보에 매달린 나머지 핵심기술 및 부품 개발을 등한시했다. 그 결과 무기체계 개발과정에서 여전히 미국 등 방산 선진국들의 핵심기술 및 부품에 의존하고 있고, 이것이 제3국에 무기를 수출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9∼11일 미국 하와이주에서 열리는 한·미군사기술보안회의(DTSCM)가 이러한 기술적 종속에 따른 불평등 회의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표면상으로는 양국의 무기 수출통제 기법과 제도를 협의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벌이지만, 실제로는 미측이 무기 수출통제에 대해 ‘한수’ 가르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번 회의는 미국의 국방예산 감축에 따른 대아시아 무기수출 확대가 가시화된 데다 최근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기고문을 통해 한·미 군사분야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을 제기한 시점에 이뤄져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