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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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음악에 신동은 없다

흔히 특출한 재능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천재’라고 합니다. 평전이나 전기물 등으로 천재란 인물을 찬찬히 뜯어보면, 머리도 좋지만 우선 대단한 의지의 소유자란 사실을 발견하곤 하지요.

미국 보스턴에서 음대 입학 첫 학기였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휴대전화로 통하던 시절이 아니라 집에 가서야 위치 파악이 가능한 시절이었죠. 낮공부보다 밤공부에 강했던 필자는 새벽 2시까지 연습실에서 과제와 연습을 하고 귀가하곤 했는데, 한국에서 부모님의 걱정이 태산이셨어요. 즉시 미국으로 날아오신 부모님은 내 공부 시스템을 아시고서야 편안하게 돌아가신 적이 있지요.

대단한 음악적인 재능을 갖고 모인 학교인지라, 자신의 모국이나 학교 등에서 신동 소리 듣는 친구들이었지요. 그러나 그들은 대단한 연습벌레였어요. 다만 남들과 똑같이 연습하더라도 타고난 재능으로 두배, 세배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필자 주변 친구들의 경우 두각을 드러낸 뛰어난 친구들도 예외없이 연습실에 처박혀 연습에 몰두합니다. 수업이 없는 방학 기간에는 9시간을 넘게 연습에 몰두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유명 연주자가 된 지금도 그들 대부분은 하루 6시간 이상의 연습량을 지키곤 합니다.

좋은 연주자가 되기 위한 우선적 조건은 타고난 음악적 감각이 아니라, 악기 앞에 꾸준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성실함이라는 것입니다. 천재란 1% 영감과 99%의 노력이라고 한 에디슨의 말처럼, 음악 역시 99%의 노력임을 유학 시절의 귀중한 체험으로 알게 되었지요. 이 때문에 음악인들끼리는 천재니 신동이니 하는 칭송을 즐겨 하지 않지요. 이는 비단 음악인들에게만 국한된게 아니지요.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소문을 들었던 인재 치고 실제 두각을 드러낸 경우는 드물었어요.

책을 통해 인물 평전들을 읽다 보면 제왕의 후손으로 타고난 인물도, 스스로 갈고닦아 보석처럼 빛을 내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지요. 책을 읽다 ‘책동네 산책’ 독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였습니다.

주소은 대구예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