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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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느니, 차라리 죽겠다” 러시아도 학교폭력 심각

청소년 자살 세계 3위 불명예
학교 재원 부족·교사 처우 열악
“왕따·폭력 방관” 비판 거세
러시아에서도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왕따) 등으로 인한 10대의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AP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10대들의 자살이 줄을 잇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해도 이를 간과하는 사회 분위기와 지나치게 강압적인 가정교육 등이 10대 자살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15∼19세 자살률은 세계 3위로 매년 약 15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는 10만명당 19∼20명으로 전 세계 평균의 3배에 해당한다.

AP는 “시베리아 서남부 투바 지역은 청소년 10만명당 120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며 “인근의 부랴트도 77명에 이르는데, 이들 지역은 빈곤과 범죄, 알코올중독 등이 심각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왕따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렛미인’의 한 장면.
러시아 교육부의 모스크바 교육문제센터의 나탈랴 시냐기나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다”며 “학생들 사이에 만연한 왕따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도처에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공립학교는 재정지원도 적고 교사 급료 수준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 학생이 ‘차라리 죽여 달라, 학교는 안 가겠다’고 말할 정도”라고 개탄했다.

러시아 프라우다는 9일 어린이 인권단체의 파벨 아스타호프의 말을 인용해 “청소년 자살은 국가 수준에서 분석돼야 한다”며 “학교는 학생들의 문제 해결을 돕지 못하고 선생도 관심이 별로 없다. 게다가 부모는 직장일에 쫓기는 게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자살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자살 증가에 한몫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아스타호프는 “학교의 정신상담 종사자가 나서서 SNS를 이용한 집단따돌림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