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근 KAIST 교수·수리과학 |
그런데 100년이 지나면 실제로는 24.25일이 더 있지만, 4년마다 하루씩 더 집어넣으면 100년간 25일을 더 집어넣게 된다. 0.75일을 더 넣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100년마다 24일만 더 넣기 위해서, 앞으로 올 2100년처럼 100으로 나누어지는 해는 4로 나누어지더라도 평년으로 만들어서 2월이 28일로 끝난다.
그러면 이번에는 100년에 실제보다 0.25일을 덜 넣은 것이고 따라서 400년이 지나면 실제보다 하루를 덜 넣게 된다. 그래서 400으로 나누어지면 다시 윤년으로 만든다. 이미 지나간 2000년 달력을 보면 100으로 나누어지지만 윤년이다. 먼 미래에 올 2400년도 윤년이 된다.
현재 사용하는 그레고리 달력에서 1년은 지구와 태양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래서 양력이라 부르고 있다. 음력은 지구와 달에 대한 이야기인데 음력에서 한 달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을 말한다. 음력 한 달은 29.5306일 정도다. 그래서 음력에서는 작은 달이 29일이고 큰 달이 30일이다. 하지만 작은 달과 큰 달이 교대로 번갈아 나오는 것은 아니다.
1년 사이에 달은 지구 주위를 12번보다 조금 더 돌며 달이 지구를 12번 돌았다면 아직 11일 정도 더 지나야 1년이 된다. 양력 3년과 맞추려면 음력 36달에다 33일 정도를 더 넣어야 한다. 그래서 음력에서는 3년에 한 번 정도로 윤달을 넣는다.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을 더 추가해서 그해는 음력으로 13달이 되는 것이다. 음력 사월 다음에 윤달을 추가했다면 윤사월이고,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라고 시작하는 유명한 시도 있고 올해에는 윤삼월이 있다. 윤달은 군달, 공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잘 알다시피 쥐, 소, 호랑이로 시작해서 돼지로 끝나는 12지신이 있고 숫자 12는 오행사상이나 육십갑자와 잘 들어맞아서 13번째 띠를 새로 만들어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60은 2, 3, 4, 5, 6으로 나누어지며 지금도 12달, 12시간, 60분, 60초라고 흔적이 남아 있다. 양력에서는 4로 나누어지면 윤년이지만 100년에 윤년이 24번이다. 더 정확하게 하려면 128년에 윤년을 31번 만들어야 한다. 연분수 이론에서 나오는 128분의 31이 더 정확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음력에서도 19년에 윤달을 7번 넣어서 사용한다.
조선 후기의 풍속을 적은 동국세시기에서는 “윤달은 간섭하는 여러 기운이 없기 때문에 혼인하기에 좋고 수의(壽衣) 만들기에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이상하게 이사도 가고 수의도 만들면서 유독 혼인 한 가지만 꺼리는 풍조가 생겼다. 특히 윤달은 주로 봄이나 여름에 나타나는데 그런 이상한 풍조가 생긴 것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다.
한상근 KAIST 교수·수리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