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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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기댔다 자멸한 강용석

절치부심 재기 노리다 치명상
“사퇴아닌 불출마를” 비난 고조
성희롱 발언으로 ‘제명’ 위기까지 몰렸다 절치부심 재기를 노렸던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자신이 제기한 의혹 때문에 22일 치명타를 맞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강 의원은 2010년 7월 한 대학생 토론회 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내뱉은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출당된 뒤 ‘대야 저격수’로 변신해 야권 주요 인사에 대한 폭로와 공세를 전담해오다시피 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인지도를 높여 무소속 후보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행보라는 게 중평이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선에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1차 타깃이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강 의원의 공격 대상이었다. 박 시장 취임 이후엔 그의 아들이 MRI를 바꿔치기해 병역을 면탈했다는 ‘위험한’ 주장을 제기했던 강 의원은 이날 사실무근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의원직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사퇴서는 회기 중일 경우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돼야 한다. 현재 국회가 개회 중이긴 하지만 선거구 획정문제에 따른 여야 간 갈등으로 파행 상태라 강 의원 사퇴 처리시일은 장담할 수 없다.

이대로 국회가 폐회하면 국회의장이 사퇴서를 수리할 수 있지만 박희태 국회의장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사퇴서를 제출한 ‘명목상’ 의장이어서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강 의원이 19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강 의원이 책임질 마음이 있다면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의원직을 사퇴할 게 아니라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강 의원은) 의원직 사퇴에서 나아가 정계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고 본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