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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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네바 폭행’은 북의 사과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참석 중인 한국 국회대표단이 그제 북한대표부 관계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북한인권위원장인 이은재 의원은 “북한 대표단으로 보이는 남성이 발을 걷어차고 손목을 비틀었다”고 했다. 대표단장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여성 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북한대표단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무대의 물리적 충돌은 어느 일방의 잘잘못을 떠나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사건은 서세평 주제네바 북한대표부대사가 퇴장하면서 벌어졌다고 한다. 이 의원과 안형환·박선영 의원 등이 다가가 “탈북자 북송은 절대 안 돼요”라고 항의하자 유엔 경비원과 북측 요원이 팔을 꺾고 밀쳤다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가 평양을 넘어 베이징으로, 다시 제네바로 옮겨진 것 자체가 북의 숨길 수 없는 치부다. 이를 반성하는 대신 외교무대에서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파렴치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 길이 없다. 북한 주민의 처지가 새삼 안타깝다. 북 권력이 김일성 때부터 약속한 ‘이밥에 고깃국’을 구경하기는커녕 아사를 못 면할 판국이니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공개처형의 위험을 감수하는 눈물의 행렬이다.

‘제네바 폭행’은 사과 몇 마디로 매듭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탈북자 인권 문제는 그럴 수 없다. 말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주민을 탈북의 길로 내모는 북한과 그 탈북자들을 강제북송하는 중국이 행동 양식을 바꿀 때까지 국제사회가 한마음으로 압력을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