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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의 그늘… 급식 질은 되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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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보육예산 4년새 2배 증가
정부·지자체 양적 확대만 치중
사립유치원 등 질 개선 도외시
“급식비 항목 따로 설정 필요”
맞벌이인 김모(33·여)씨는 최근 여섯 살 난 딸이 다니는 유치원을 방문했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점심으로 나온 쇠고기무국과 두부구이, 감자조림 등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급식비 4만5000원을 포함해 이달에만 교육비와 특강비, 현장체험활동비로 60만원 넘게 냈는데 내 딸이 왜 이런 대우를 받고 있나 싶어 울화가 치민다”며 “모두가 무상보육을 말하지만 정작 질 좋은 먹을거리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상보육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사립 어린이집·유치원의 급식 질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복지의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면서 질적·제도적 개선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탓이다.

22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육아(만 5세)와 보육(만 0∼4세) 예산은 각각 2조608억원과 6조1326억원으로 2008년 1조120억원, 3조483억보다 2배가량 늘었다. 올해부터 만 0∼2세, 5세 영유아의 보육비를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지원한 게 주된 요인이다. 정부는 내년에는 만 3∼4세까지 지원해 완전한 ‘무상보육’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 확대 분위기를 틈타 일부 악덕 유치원은 원비 인상과 고정비 절감 등의 방식으로 ‘돈벌이’에 골몰해 빈축을 사고 있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정부 규제가 소홀한 급식비와 특강비, 교재비 등은 올리고 식재료 원가 등 고정비 지출은 줄이는 것이다.

일부 유치원장은 조리사 및 보육교사들에게 ‘식재료비를 최대한 줄이라’고 닦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7년간 보육교사로 근무했다는 아이디 ‘mdj***’는 한 인터넷카페에 올린 글에서 “이상한 기름 동동 뜬 고기, 밥 더 안주기, 사과 딱 한 조각만 주기 등등. 저는 유치원을 고를 때 교육 수준보다는 제 아이가 먹을 식사부터 확인해 볼 생각”이라고 고백했다.

현행법상 원아가 100인 미만인 유치원은 영양사를 둘 필요가 없고 100인 이상도 5개 유치원이 공동으로 한 명의 영양사만 두면 된다. 전문적인 영양관리는커녕 급식이 지정 식단표대로 나갔는지, 싱싱한 식재료를 썼는지를 감시할 장치가 전무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육비를 지원할 때도 급식비 항목을 별도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 경기·제주교육청은 급식비 항목을 따로 정해 월 4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혜련 연구위원은 “100인 미만 유치원에도 영양사를 배치토록 의무화하고 모든 유치원 급식에 영양가 표시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