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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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샵N’ 열자 오픈마켓 ‘초긴장’

상품 아닌 개별 상점식 운영…입점비용 없고 수수료 저렴
지식쇼핑 등 통해 품목 확인
검색시장 장악력도 커질 듯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했다.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포털사까지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NHN이 막강한 포털 경쟁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오픈마켓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NHN은 23일 오픈마켓형 서비스 ‘샵N’의 문을 열였다고 밝혔다. 샵N은 기존 오픈마켓과 달리 상품을 모아서 소개하는 별도의 사이트 없이 개별 상점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오픈마켓 아닌 오픈마켓형 서비스?


국내 3대 오픈마켓인 옥션과 G마켓, 11번가는 자사 사이트 안에서 상품을 모아 보여주고, 검색을 통해서도 상품을 찾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달리 네이버의 샵N은 별도의 매장별로 사이트를 운영할 뿐 상품 목록을 모아서 보여주지는 않는다. 구매자가 직접 샵N을 방문하거나 네이버의 상품 검색 서비스인 ‘지식쇼핑’을 통해 검색해야 판매 물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오픈마켓이라는 명칭 대신 ‘오픈마켓형’ 서비스라는 설명을 붙였다.

오픈마켓형 서비스라고는 하지만 법적으로는 기존 오픈마켓과 다르지 않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새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네이버도 물품판매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된다.

네이버는 샵N의 장점으로 싼 수수료와 편리하고 안전한 결제 시스템을 내세웠다. 샵N 입점사들은 별도의 가입비나 개설비 없이 물품 판매 때에만 일반 카드 수수료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네이버에 따르면 상품을 구매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네이버의 자체 결제 시스템인 ‘체크 아웃’을 이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적다. 체크아웃은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한 후 입력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보안이 불안한 소규모 사이트에 별도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3400만명에 이르는 네이버 가입자를 적극 활용한 서비스 전략인 셈이다.

◆오픈마켓·포털 어떤 영향 있을까

네이버는 상품을 종합해 보여주는 별도 사이트를 두지 않는 오픈마켓형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검색 서비스 업체로 입점해 있는 다른 사업자들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1295억원. 이중 절반가량이 상품 검색 등 검색광고에서 나오고 옥션 등 대형 오픈마켓이 주 고객이다. 오픈마켓이 집행하는 연간 광고비 중 네이버 비중은 40∼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로서는 이들 업체와 직접 맞닥뜨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관계자는 “정보유통플랫폼으로서 상품정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샵N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오픈마켓들은 네이버의 샵N 개설이 향후 업계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샵N 베타서비스로 트래픽 감소가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 포털인 네이버가 레드오션 시장인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포털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는 게 맞다고 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오픈마켓 관계자는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네이버가 마케팅을 강화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 업체를 고려해 조용히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적은 수수료로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판로를 열어줬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오히려 영세 상인들의 온라인 사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온라인 업계 관계자는 “샵N에 입점만 한다고 사업이 되지는 않는다. 사업을 위해서는 지식쇼핑에 광고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이 지식쇼핑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더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털사들도 샵N 개설로 네이버의 키워드 검색 시장 장악력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내 2·3위 포털인 다음과 네이트는 네이버에 맞서기 위해 지난해 키워드 광고 공유 제휴를 맺기도 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