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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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탈출한 뭉칫돈 ‘더 안전한 곳’으로 대이동

입력 : 2012-04-08 17:13:47
수정 : 2012-04-08 17: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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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속적 상승세에도…‘중위험중수익 상품’ 각광
‘남는 돈은 펀드 투자’라는 말이 대세이던 시절이 있었다. 한창 펀드 붐이 일던 2007년 무렵이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너도나도 고수익 펀드만 찾다보니 2008년부터 두 차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이다. 학습효과 때문일까. 최근 코스피의 지속적인 상승세에도 펀드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지 않다. 특히 적금 형식으로 소액을 모아 장기투자하는 적립식과 달리 고액의 유휴자금을 투자하는 거치식 펀드의 경우 이탈세가 남다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거치식펀드의 판매잔고는 1∼2월 두달 동안 50% 가까이 급감했다. 작년 말 17조5800억원이던 것이 2월 말 9조6342억원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같은 기간 적립식펀드가 57조1998억원에서 55조1587억원으로 소폭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펀드 이탈세의 대부분은 공격적으로 운용되는 주식형펀드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에 들어왔다 주가 폭락으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유휴 자금이 주가 상승기에 한꺼번에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8, 2010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의한 주가폭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더 이상 공격적인 펀드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수한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본부팀장은 “현재 펀드 투자자들은 2007년 투자했다 2008년 큰 손해를 본후 작년에 다시 한번 더 손해를 봤던 사람들”이라며 “무조건 환매해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려는 심리가 우선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의 연속성이 있는 적립식과는 달리 거치식은 재투자를 기피하는 성향이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얼라이언스번스틴 자산운용은 글로벌하이일드채권펀드인 ‘AB 퀄리티 고수익 증권 투자신탁’을 판매하고 있다. 하이일드채권과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상품이다.
주가 폭락에 대한 학습효과로 고위험·고수익 펀드를 기피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대안으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이 주가연계증권(ELS)이다. 3월 ELS 발행규모는 5조5880억원으로 이전 발행 규모 최고 기록인 4조7000억원을 한달 만에 갈아치웠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최근 투자자들이 수익률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하방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폭락장에서도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는 ELS가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ELS 중 원금비보장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82.3%에 달하는 점도 눈에 띈다. 투자자들이 안정과 위험의 중간지대에서 비보장형 ELS를 대안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쪽에서도 변동성이 강한 주식형 대신 안정성 위주의 채권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일반채권형펀드보다 위험은 다소 크지만 주식형펀드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하이일드펀드가 해외채권형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주가지수연계펀드(ELF)나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즉시연금상품 등도 많은 선택을 받는 중위험군 금융상품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중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가 몇몇 상품에 집중되는 등 제한적이라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설명이다. 조완제 삼성증권 팀장은 “중위험중수익군 중 헤지펀드나 자산배분형펀드 등 새로운 형태의 상품들도 나오지만 아직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선뜻 선택하지는 못한다”며 “투자자들이 이런 상품군에 익숙해짐에 따라 좀더 다양한 중위험중수익군 금융투자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