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인간문화재 선생님들 밑에서 단련된 소리꾼 박애리(35), 그녀는 온종일 무릎 꿇고 있어도 다리 저린 줄 모른다. 23년간 온몸에 관절이 없는 듯 자유자재 근육을 이완·수축시키며 춤을 추는 힙합 황제, 팝핀현준(33·본명 남현준)은 그렇게 반듯한 그녀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2011년 서로 너무도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사람의 결혼은 세간의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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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 밑에 아내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며 “난 애리(아내)꺼”라고 선언한 팝핀현준은 박애리에게 “누나, 내 뒤에 서야 얼굴이 작게 나와”라며 연신 개구쟁이 같은 포즈를 취했다. 김범준 기자 |
“박애리 토크 콘서트지만 아마 게스트 팝핀현준 때문에 오시는 분이 많을 거예요.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배경으로 한 남편의 독무, 제가 부르는 ‘엄마야 누나야’ 구음과 소리에 남편의 춤이 함께할 겁니다.”(박애리)
지난 15일 이들이 설립한 ‘팝핀현준 아트컴퍼니’ 연습실이 있는 홍대앞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마치 한 편의 ‘인간극장’을 보는 듯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내가 이래봬도 국립 창극단에서 늘 타이틀 롤을 맡고 ‘오나라 오나라∼’(드라마 ‘대장금’ OST의 목소리 주인공)로 외교 무대에서도 환호받던 사람인데 결혼 이후엔 ‘팝핀현준의 그녀’로 인터넷 검색창을 장식한다”고 웃던 박애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소리)을 전파하는 일을 소명으로 삼아온 사람이었는데, 남편을 만나면서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에 인생 전부를 걸어봤던가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팝핀현준은 처음 함께 공연한 ‘뛰다, 튀다, 타다’에서 박애리를 처음 만나자마자 “저 여자가 진짜야”라고 했다. 그는 ‘국악계의 이효리’라는 아내의 별명에 대해 묻자 “흥, 이효리 따위에”라며 코웃음을 쳤다. “똥지게를 끌고 다녀도 내 예술에 자부심을 느끼면 된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우리 부부는 통했어요. 제가 춤을 췄던 건, 춤이야말로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였기 때문이죠. 돈도, 명성도 춤 앞에 무릎 꿇릴 수 있는.”
팝핀현준에 대해 박애리는 “저 밑바닥에서부터 춤 하나로 자기 브랜드를 만들며 올라온 사람”이라면서 “팝핀현준이 아리랑에 맞춰 춤추는 영상물을 보고 충격받았는데, 기교(춤)가 아니라 몸으로 말할 수 있는 예술가임을 느꼈다”고 했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인 박애리와 결혼 후 국악당과 국립국악원에 처음 가봤다는 팝핀 황제는 아내의 구음과 소리를 경이로워한다. “판소리 안에 비트감과 리듬이 살아있어 늘 신기해요. 어떤 파트는 알앤비처럼 구성지고 또 어떤 파트는 랩처럼 속도감이 있죠.” 서로의 재능을 아끼는 부부. “담배 속에 인생이 있다”고 믿던 그는 그녀와 만난 후 담배를 끊었다. “아내에겐 목소리가 악기다. 또 이 사람과 좋은 예술을 오래 하려면 담배를 끊어야 되겠다”는 결심에서다.
이들 부부를 통해 국악의 대중화, 힙합의 한국화라는 해묵은 화두가 새로 길을 찾은 듯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