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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家 사람들] 압도적인 전율 불러온 오페라, 관객을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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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성악가와 연출의 절묘한 조화 수지오페라단 ‘토스카’
’파올로 파니짜’의 동적인 이미지 연출법 돋보여

다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것인가. 푸치니의 ‘토스카’는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인기있는 오페라다. 전통적인 연출법만을 따르다 보면 결코 좋은 평을 받기 어려운 작품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지오페라단 '토스카' 베이스 전준한과 테너 삐에로 줄리아치

수지오페라단이 이런 편견에 도전했다. 연출가 파올로 파니짜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뭔가가 움직이는 듯한 ‘동적인 이미지’ 연출법을 무기로 내세웠다. 특히 성 안드레아 성당이 무대인 1막의 디테일한 동선이 압권이다. 천천히 성당 의자를 채우는 신도들에 이어 대각선 방향의 동선을 살려 그림같은 장면을 연출 한 뒤 순식간에 영화 속 공간이동을 떠올리게 하는 테데움 장면을 완성했다. 무대에 대한 이야기와 주역들의 사랑 이야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무대를 보기가 쉽지 않은 국내 오페라 현실을 감안할 때 반가운 연출기법이었다.

뛰어난 성악가와 연출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인 수지오페라단 ‘토스카’는 1막 피날레 장면에서 압도적인 전율을 불러일으킨 것에 그치지 않고 3막까지 기세를 몰아갔다. 2막의 고문 장면은 상당히 입체적으로 연출됐다. 스카르피아와 토스카의 대결을 무대 전면에 내 세운 뒤 조명을 활용해 벽에 걸린 명화 판 뒤에서 벌어지는 고문장면을 순식간에 불러오거나 사라지게 했기 때문이다.

수지오페라단 '토스카' 3막 장면

소프라노 아디나 니테스쿠는 유연한 레가토와 드라마틱한 음성을 자랑했다면, 테너 삐에로 줄리아치는 드라마틱한 음성 외에도 섬세한 가창을 선보이며 3막의 아리아 “별은 빛나고”를 완성했다. 로마의 성 안젤로 성 옥상에서 대천사 미카엘라 상과 함께 동트는 새벽하늘의 별이 하나 둘 반짝일 때 들려오는 테너의 음성은 절묘했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히 옥상 위만을 무대로 불러오지 않고, 아래로 꺼지는 2중 무대를 도입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한꺼번에 사로잡은 점이 인상적이다.

오페라 ‘토스카’ 에서 드라마를 담당하는 이는 스카르피아이다. 그만큼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각기 다른 스카르피아 색채가 궁금해 첫날과 둘째 날 공연을 다 본 결과 바리톤 이반 인베라르디는 가창이 한 수 위였다면, 앤소니 무어는 연기가 훨씬 탁월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가창으로 보다 교활하고 섬뜩한 캐릭터를 창조해낸 이반 인베라르디와 위험천만하지만 조금씩 끌리는 인물인 매력적인 악인을 창조해낸 앤소니 무어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나오는 장면에서 인베라르디는 화려한 소파 위에 다리를 올려놓은 거만한 자세로 '그래봤자 당신은 내 품으로 오게 되있어' 하는 심정으로 상대의 아리아를 들었다면, 앤소니 무어는 탁자 옆의 의자에 앉아 ‘당신의 고통을 조금은 알겠소’ 하는 심정으로 경청한 점이 달랐다. 

수지오페라단 '토스카' 중 바리톤 이반 인베라르디와 소프라노 아디나 니테스쿠

무대 디자이너 이학순은 지금까지 ‘토스카’와는 다른 건축물로 무대를 세우고 움직여 관객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쟝파올로 비잔티가 지휘한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성악파트를 압도하며 무대를 장악한 점이 다소 아쉬웠지만,  충분히 열정적인 선율을 선보였다. 안젤로티역 베이스 전준한의 안정감 있는 목소리, 성당지기역 베이스 장승식과 스폴렛타 역 테너 김현호의 디테일한 연기를 입힌 목소리와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간수 역 바리톤 하림, 샤로네 역 바리톤 한진만의 활약도 극 완성에 한 몫했다. 수지오페라단이 2013년에 선보일 오페라 ‘투란도트’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한편, 지난 4월 28일 토요일 예술의 전당 객석에는 베이스 박태환씨가 자리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참가작, 그랜드 오페라단의 ‘토스카’(5월25∼27일)에서 스카르피아 역으로 열연할 주역이다. 열정적인 관객 겸 오페라 가수로 보여 기대감을 갖게 했음은 물론이다. 그만의 스카르피아는 또 어떤 색깔일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ekgns4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