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한국형 수제 햄버거로 인기를 끈 이영철(사진) 영철버거 대표. 이 대표는 본점과 직영점, 5개 가맹점을 둔 어엿한 최고경영자(CEO)이다. 하지만 하루 일과는 무일푼 노점상으로 햄버거 장사를 시작했던 1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늦은 오후 가게에 나와 관리하다 오전 2시면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으로 달려간다. 음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본점과 직영점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아침부터 가장 신선한 재료로 햄버거를 만들려면 새벽 장을 보는 생활습관을 버릴 수 없다”고 6일 말했다.
그는 2000년 고려대 인근인 서울 안암동에서 ‘영철버거’라는 1000원짜리 ‘스트리트(거리) 버거’를 앞세워 학생 입맛을 사로잡았다. 중국 음식점, 막노동 등을 전전하던 그가 첫번째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스트리트 버거는 부담없는 가격과 신선한 재료에 힘입어 명물로 자리 잡았다. 노점상 2년 만에 가게도 열었다.
이 대표는 이처럼 열심히 사는 원동력으로 고객인 학생들을 꼽았다. 지난 12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학생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릴 때라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각별하게 친분을 쌓은 학생들이 50명이 넘는다”며 “학창 시절 내게 고민을 털어놓던 학생들이 나중에 판사, 회계사, 기자 등이 돼서 다시 나를 찾아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2004년부터 고려대에 기부한 장학금은 1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이 커지면서 대표 메뉴인 스트리트 버거를 없애고, 이보다 비싼 새 햄버거를 내놓으면서 영철버거만의 색깔을 잃었다는 비난이 빗발쳤고, 전에 비해 규모가 커지고 세련된 가게 모습에 반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여전히 영철버거를 대학가에서 저렴한 버거를 파는 영세 점포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대표는 이런 비난에도 당당하다. 가격을 낮추려고 좋지 않은 재료를 쓰기보다는 조금 가격을 올리더라도 신선한 재료로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이 대표는 “경쟁업체가 늘면서 오히려 기름을 쓰지 않고 신선한 재료를 고집하는 영철버거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손님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햄버거를 통해 전달되는 이러한 ‘믿음’은 끝까지 지키고 싶다고 한다. 이 대표는 “빈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하나도 두렵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학생들의 기대나 신뢰를 잃고 싶지는 않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로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