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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칼럼] ‘언론 황제’ 머독의 성공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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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미디어로 문화제국 일궈
품위보다 술수 통해 승승장구
한 사람이 있다. 그의 꿈은 언론 제국을 만드는 것.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전략은 노골적인 선정주의였다. “껌을 팔든, 뉴스를 팔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 많이 파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런 그는 1969년 영국의 ‘선(Sun)’을 인수한 뒤 대중의 관음증과 야합한다. 첫 페이지 다음으로 주목도 높은 셋째 페이지에 매일 가슴을 드러낸 선정적인 모델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실었다. 지식인들은 도를 넘은 ‘옐로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이라며 진저리를 쳤다.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교수·매체 경영학
그러나 그의 언론은 오히려 더 노골적인 토플리스 사진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꿈쩍도 않았다. 심지어 방송뉴스조차도 그에게는 쇼일 뿐이고 대중에게 읽히지 않는 신문은 신문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무자비한 인수 합병과 노조 파괴는 시장주의, 자본주의의 법칙일 뿐 그걸 윤리적 잣대로 평가하지 말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다우존스의 주인인 밴크로프트 가문은 2007년 월 스트리트 저널(WSJ) 매각에 앞서 편집권을 보장하는 조건을 그에게 내걸었다. WSJ가 어떤 신문인가. 하지만 그가 인수한 이후 권위지라는 관형어는 이제 역사가 됐다고 지식인들은 개탄했다.

별명도 다양하다. 미디어 무굴, 식인 상어, 언론 장사꾼 등이다. 그중에서도 무굴(mogul)이란 말은 상징적이다. ‘무굴’이란 인도어로 무굴 제국 사람이라는 뜻이다. 부와 영향력이 막대한 거물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단어. 결국 이 말은 그를 언론계의 황제쯤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웬만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총리를 능가하는 국제 사회의 거물이다. 하기야 그가 거느리고 있는 미디어 제국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시청자와 독자로 확보하고 있으니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스타 TV, 폭스 TV는 물론이고 세계인을 울린 영화 ‘타이타닉’도 그의 소유인 20세기 폭스사 작품이니, 그는 이미 지구촌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는 루퍼트 머독이다. 호주 출생 미국인, 재산 76억달러의 뉴스 코퍼레이션의 오너 겸 최고경영자(CEO)다. 모두가 그를 혐오감에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본다. 식자들은 ‘언론인이 아니라 언론을 이용한 장사꾼’ 정도로 차갑게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누구도 그의 존재는 부인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워싱턴 포스트는 그를 두고 ‘세계 미디어 장관’이라며 존재감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연거푸 두 방 얻어맞았다. 영국 의회는 오랜 조사활동 끝에 그에게 ‘국제적인 기업을 경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거대 다국적 기업 CEO에게는 엄청난 불명예다. 또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도 그의 불법 행위에 대해 직접 조사에 나섰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할 말을 잃게 된다. 물론 자가용 비행기도, 보좌관도 경호원도 없다. 명품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낡은 옷 가방과 서류철을 직접 들고 뛰어다니는 소탈한 비즈니스맨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전 세계 미디어를 쓰레기로 만들었다”, “저널리즘의 역사를 한세기 뒤로 돌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의 왕국이 생산한 저질 미디어에 중독돼 그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비즈니스는 지금까지 성장일변도였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늘 보란 듯이 극복해 왔다. 그를 지켜보면서 어찌해서 품위있는 사람보다 술수에 능한 인간이 더 승승장구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교수·매체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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