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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獨 호스피스 봉사단체 ‘동행’ 김인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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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접어든 파독 간호사·광부들
쓸쓸한 죽음 안타까워 동행 나섰죠”
독일 베를린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 단체 ‘동행(Mitgehen)’을 운영 중인 김인선(62·사진) 대표. 그는 이주민들에게 타국에서나마 평온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마지막 길을 ‘동행’해주고 있다.

외화벌이를 위해 고국을 떠난 간호사와 광부들이 독일 땅에 ‘원조 다문화 사회’를 일군 지도 어느덧 반세기. 젊은이였던 그들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 모습을 본 뒤로 그의 머릿속엔 피할 수 없는 소명의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많은 이민자들이 죽음을 타국에서 맞는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만 막상 고국에 간다고 해도 아무도 없다는 사실 때문에 힘들어한다”며 “특히 파독 간호사나 광부들은 3년만 열심히 일해서 한국에 돌아가려다가 결국 한평생을 억척스럽게 일만 하다가 독일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1972년 어머니를 따라 독일로 건너간 뒤 40년간 ‘이민자’의 신분으로 살아온 그 역시 이 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30여년간 간호사 생활을 하던 중 베를린의 가톨릭 병원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결국 그는 2005년 그동안 부어왔던 생명보험금을 모조리 털어 이민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단체를 만들었다.

독일에서 이민자를 위한 유일한 호스피스 단체인 ‘동행’은 지금까지 파독 간호사와 광부를 포함해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등 12개국 출신의 이민자 300여명의 마지막 길을 동행했다. 이 같은 공로로 2008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삼성문화재단의 비추미 여성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민자들의 외로운 죽음을 함께 해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호스피스 봉사는 물론 일반 자원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연간 150명이 넘는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만큼 문화와 세계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 없다”며 “언어와 감정을 이해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같은 나라 출신의 봉사자들이 그들의 가치관과 정서에 맞게 임종을 돕는다”고 말했다. 특히 유교나 불교 문화권에서 온 아시아인들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맞는 접근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임종을 앞둔 이들을 찾아가는 ‘재가·방문형 호스피스’를 해온 그는 독일 내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을 위한 ‘다민족 복지관’을 건립하는 게 꿈이다. 그의 사연이 국내에도 소개되면서 일부 국회의원과 기업들이 복지관 건립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국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민족 복지관’이란 점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그는 “베를린에는 200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동아시아인은 모두 합쳐 4만5000명이고 이 중 한국인은 500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지 ‘한국인’이라는 틀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