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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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전하는 청춘이 아름답다

33살의 젊은 나이에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지 표지 논문을 써낸 남구현 이화여대 특임교수의 인생 스토리가 감동을 안겨준다. 삼성그룹의 고졸 공채 관문을 넘은 젊은이들도 새삼 눈여겨보게 된다.

남 교수는 집안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뒤 인천 남동공단 레미콘 업체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주경야독을 했다. 뒤늦게 미국 유학을 떠나서는 대리운전 등으로 학비를 벌었다. UC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5년여 만의 일이다. 그리고 마침내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연구업적을 내놓았다. 그의 성공을 빛내는 것은 표지 논문의 무게만이 아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불굴의 도전정신이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삼성그룹은 그제 고졸 출신을 당초 계획보다 100명 더 많은 700명 뽑았다. 잠재력과 열정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인사팀장은 “3∼5년이면 학력을 우선하는 사회 물줄기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화려한 학벌이나 ‘스펙’이 없더라도 희망과 열정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차세대 동량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상은 대체로 어둡다. 실의와 좌절 속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이 허다하다.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세대’, 부모 경제력에만 기대는 캥거루족,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족이 득시글거린다. 젊은이 어깨를 무겁게 하는 취업난 같은 팍팍한 사회환경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환경 개조를 위해 힘을 모을 필요도 있다. 정치권의 ‘복지’ 구호에 새겨들을 대목이 없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가정이 어리석게도 차세대를 나약하게 키우는 것은 아닌지도 자성의 눈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청년세대를 위로한답시고 자립·자조 의지마저 꺾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남 교수와 삼성의 고졸 젊은이들이 복지 구호에나 귀를 세우는 허약한 체질이었다면 그들이 맞은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오늘이 없는 부류에겐 내일도 없는 법이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지만 구직자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청년 실업은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남 교수는 용접공으로 불꽃을 튀기면서 희망의 불꽃도 키웠다. 양질의 일자리에 목마른 청년세대에게 모두 용접공을 하라고 권할 수는 없지만 언제, 어디에서든 희망의 불꽃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말해 줘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면서 입에 발린 소리만 해서는 그들의 오늘과 내일을 망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