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극 ‘넝굴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이 시집살이에 대한 유쾌한 해석으로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시월드’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넝굴당’은 다수 기혼여성의 공감을 이끄는 동시에 남편의 현명한 대처를 일깨우며 건강한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다.
기존 시집살이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는 무겁고 자극적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다. 시댁의 일방적인 구박과 이를 고스란히 견뎌내는 착한 며느리가 시청자의 동정심과 짜증을 유발해왔다.
하지만 ‘넝굴당’에 이런 일방적인 구도는 최소화된다. 애초 윤희(김남주 분)의 남편 귀남(유준상 분)이 30년 만에 가족과 재회했다는 설정 때문이다. 이는 느닷없이 시집살이하게 된 윤희의 고군분투를 담아내는 과정에서 극적 재미를 살리는 데도 한몫했다.
미국에 입양돼 30년간 살아온 귀남은 개방적인 사고방식으로 아내와 고부 사이에서 현명하게 중심을 잡는다. 귀남이 한국 문화에 익숙지 않은 설정은 불합리한 시집살이를 꼬집는 동시에 귀남의 모습은 아내에게 효도를 강요하거나 아내가 시댁과 갈등을 겪을 때, 갈팡질팡하는 여느 남편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귀남은 가족 앞에서 “편을 가르고 싶지 않지만 굳이 나눠야 한다면 아내 편”이라며 윤희를 원경경기 온 선수에 비유해 아내를 옹호한다. 어머니 청애(윤여정 분)에게는 “혼낼 일 있으면 저에게 따끔히 혼내달라. 윤희를 따로 불러 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지난 6일 방송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말숙(오연서 분)이 부모에게 줄 선물을 오빠 방귀남에게 함께 준비하자 제안, 귀남부부에게 가장 많은 돈을 내라고 요구한다. 이에 귀남은 “효도는 셀프”라며 각자 선물을 준비하자고 응수한다.
여기에 귀남은 “어버이날 장모를 먼저 찾겠다”고 말한다. 말숙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희는 “바꿔서 생각해보라. 우리 어머니는 혼자”라면서 말숙을 설득시킨다.
얄미운 시누이 말숙에 대처하는 윤희의 자세는 시집살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윤희는 말숙의 일방적인 요구에 무조건 당하지 않는다. 윤희에게 옷을 빌린 말숙이 며칠째 돌려주지 않자 윤희는 옷을 달라고 종용한다. 이 일로 가족들로부터 야단을 맞은 말숙은 무단외박을 감행한 뒤 윤희의 집으로 들이닥친다. 윤희는 말숙의 머리를 밀려 못 들어오게 막고, 결국 집안에 들어온 말숙에게 음식 제공을 거부하며 맞선다.
윤희의 올케인 민지영(진경 분)은 고부 한만희(김영란 분)에게 조근조근 바른말로 할 말 없게 만든다. 극중 무능력한 남편과 홀시어머니를 부양하는 지영은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이 시대 며느리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그간 브라운관에서 지고지순한 며느리가 미덕으로 여겨졌다. 시댁의 갖은 핍박을 견뎌내다 종국에 가족과 화해하거나 인정받는 전개가 대부분이었다면 ‘넝굴당’은 이와 궤를 달리한다.
시댁을 대하는 세태가 자유롭고 관대해졌다고는 하나 시댁은 여전히 어렵고 불편한 대상이다. 시댁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넝굴당’의 두 며느리는 ‘좀더 솔직해지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시댁에 대한 불만을 속으로 끌어안고 앓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꺼내놓자고, 이해는 나중으로 미루자고 말한다. 여기에 귀남 캐릭터는 고부갈등 해결에 있어 남편 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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