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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준 전 외교안보수석 |
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일본을 재차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아직까지 성의 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지난 3월27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형식적으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서둘러 귀국한 바 있다. 바로 그 시점에 일본 정부는 독도를 그들의 고유영토로 기술한 2013년도 고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를 발표해 우리 국민을 분노케 했다.
그러면 어떤 이유에서 한·일 관계가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시대’로 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을 주는 것일까. 지난해 초 서울을 찾았던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은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은 2011년은 한·일 관계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난해에도 각종 교과서와 외교·국방백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기술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지난 20여년간 경제대국 일본은 장기간의 경제 불황으로 국민의 자신감과 사기는 추락했고,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오른 중국의 부상이 부담스럽게 됐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일본 열도를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냉엄한 국내외 환경에 둘러싸이자 일본은 두 가지 우려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일본의 국내정치가 ‘내셔널리즘(국가주의)’을 부추기면서 우경화 색채를 강하게 띠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우익 정치세력은 정치 패러다임을 ‘평화국가’로부터 ‘보통국가’로 전환하고 정치군사 대국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다음으로, 일본은 이러한 우경화 정치를 배경으로 인접국과의 과거 역사, 영토분쟁 문제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강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사안에 대한 맞대응보다 한 차원 높은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외교당국은 과거와 같이 새 정부의 발족만을 기다리지 말고 얽히고설킨 양국 관계를 풀어 나가기 위한 해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주변의 정치안보 지형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을 공유하고 있는 한·일 양국이 상호 협력하는 것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이미 양국 간에는 협력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분야도 적지 않은 만큼, 이는 과거 역사나 영토문제와는 분리해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젊은층의 교류와 양국의 언어교육 확대를 적극 강구했으면 한다.
임성준 전 외교안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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