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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서울오페라단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
이런 점에서 지난 13일 막을 내린 뉴서울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은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 자리였다.
서울필하모닉을 지휘한 파올로 따리초티는 서곡부터 다소 나태한 태도로 지휘를 시작해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지휘자의 행동반경이 크냐 작냐의 개인적 취향을 꼬집는게 아니다. 그의 무성의한 왼손 움직임을 지켜본 관객이라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얼마인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휘자는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진정성을 찾긴 힘들어 보였다. 오케스트라와 밀착도가 높지 않다보니, 극 몰입이 쉽지 않았다. 특히, 레치타티보가 나오는 순간엔 무대 위 상황에 신경을 잠시 끈 듯 편히 의자에 앉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한명 한명 가수들의 개성을 위축시키지 않고 생기 발랄함을 불어 넣어, 등장인물 모두의 음악적 ·극적 조화가 성공의 관건인 희극 오페라이다. 음악적 조화가 어긋나자, 극적 조화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
뒷모습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뒷모습으로만 각인되는 지휘자가 거짓말을 한다면 바로 들통나게 돼 있다. 결국 진정한 감동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지휘자가 음악을 잡아먹었고, 가수를 삼켜버렸다.
유희문이 연출한 이번 작품은 회전으로 돌아가는 장치를 이용해 한 세트로 지어진 알마비바 백작 집, 부인의 침실, 결혼식이 열리는 홀, 성 안의 정원등을 차례 차례 불러냈다. 4개의 문짝을 십자 모양으로 세우고 이것을 중심의 수직축에 설치한 회전문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무대 전환시간을 줄인 점은 장점으로 작용하겠으나, 전반적인 인상은 아기자기한 소극장 공연에 맞는 스케일로 보였다.
주요 배역진 중에는 수잔나역 소프라노 오미선의 지혜롭고 귀여운 가창과 연기, 백작부인 역 소프라노 박혜진의 차분하면서도 세공이 깃든 표현력이 돋보였다. 카리스마와 바람기를 적절히 드러낸 백작 역 바리톤 강형규는 특유의 관객 장악력을 선보였으나, 그가 지금까지 선보인 이전 공연들에 비해 호연을 선보였다고 장담하긴 어려워 보였다.
케루비노 역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는 1막보다 2막에 가서 본 실력을 내보였다. 유명한 아리아인 2막의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나’에서 보여 준 안정된 가창, 풍성한 성량과 울림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노련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이는 마르첼리나 역 메조 소프라노 최정숙과 바질리오 역 테너 김병오, 안토니오 역 윤두현이었다. 피가로 역 바리톤 박경준과 바르톨로 역 베이스 이준석은 유머가 다소 부족했다.
모차르트의 유려한 선율, 섬세한 앙상블이 빚어내는 기가 막힌 웃음, 객석을 빨아들이는 흡인력 있는 ‘피가로의 결혼’이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ekgns4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