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나 다른 애들이나 다 문제가 있어서 온 것 같아요. 잘못하면 벌 받으니까 잘 봐 두라고….”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24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교폭력 가해 학생 33명을 불러 실제 소년 형사재판을 보게 하고 폭력의 부작용을 알려주는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눈높이를 벗어난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행사 탓에 돌아온 것은 싸늘한 반응뿐이었다.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에는 특수절도혐의로 기소된 김모(15)군과 이모(14)군이 연녹색 수의를 입고 등장했다. 학생들의 시선이 법정에 선 두 학생에게로 모아졌다. 김군과 이군 역시 방청석을 보고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판사가 이군에게 발언 기회를 줬지만 이군은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대답한 뒤 고개를 숙였다. 이군 아버지가 방청석에서 일어나 “제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이군은 더욱 깊이 고개를 숙였다. 판사는 “피고인들이 또래 학생이 방청하는 것을 알고 많이 부끄러워하고,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으니 피고인의 인권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공염불에 가깝다. 이군은 이미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방청석에 있던 학생들도 탐탁지 않은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재판 중 아이들은 자주 자리를 비웠다. A(16)군은 “답답하고 짜증난다”며 “왜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법정 밖을 서성거리던 B(16)양은 “(말이 어려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다”며 “재판을 보고 있기가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어진 강연에서는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통해 과거 소년 범죄사례를 나열했다. 강연자는 아이들에게 공갈죄, 상해죄 등에 대해 설명하고는 “여러분이 이런 죄를 지으면 교도소에 가요. 철창 봤죠? 거기에 감금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잠을 청하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셀카’를 찍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인솔교사에게 ‘아이들 반응이 어떠냐’고 묻자 “모르겠다”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가해학생 소년 형사재판 참관 행사
피고에 상처 주고 방청객들도 불편
피고에 상처 주고 방청객들도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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