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을 아시나요.”
‘멘탈 붕괴’의 줄임말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뜻한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멘붕이란 말을 즐겨 쓰기 시작했다. 점점 경쟁이 심해지는 피로사회에서 우울증의 위험성이 심각해져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럼없이 멘붕이란 말을 쓰게 된 것은 오히려 좋은 신호이다. 이제야 사회가 자신의 마음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울한 기분이 들 때 ‘혹시 나도 우울증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늘어난다. 흔히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을 혼동하는데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은 아니다.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주변 사람들에게 ‘나 멘붕이야’라고 떠들 수 있다면 우울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럼 우울증 환자는 어떻게 느끼고 행동할까. 외래에서 “어떠세요. 많이 힘드세요?”라고 물으면 “만사가 귀찮아요.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슬프고 밥맛도 없고 잠자기가 힘들어요. 한번 자도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기 힘들고요. 사람을 대할 때 심장이 마구 뛰면서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이 들어요. 가끔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라고 하면서 운다. 처음 만난 지 3분도 안 된 나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고 하는 말인즉 “이런 이야기 선생님께 처음해요, 창피하기도 하고….”
간혹 주변에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호소하기보다 불평과 짜증만 늘어놓아 가족들은 마음만 바꾸어 먹으면 좋아지는데, 왜 그렇게 나약하냐고 답답해하며 비판하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는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러한 비판은 환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 섣부른 격려도 도움이 안 된다. 왜냐하면 우울증 기간 동안 자신의 의지로만 좋아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어서 억지로 버티고 있는데 ‘너라면 할 수 있다’는 섣부른 격려가 더 좌절하게 할 수 있다. 절망적인 느낌과 자살충동은 우울증의 한 증상이므로 반드시 전문적으로 치료해야 하고 치료하면 자살도 예방할 수 있다.
그럼, 우울한 기분이 우울증으로 발전할까 두려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단계는 누구나 위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가 울적해 할 때 부모가 왜 그러냐고 다그치거나 이렇게 해야 된다고 밀어붙이면 좋지 않다. 옆에서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것이다. 어른도 다르지 않다. 자신의 마음이 우울해질 때 스스로 못났다고 자책하지 말고 스스로 위안하거나 주변에서 위로를 받는 것이다. 정신 건강도 저축해야 되는데 마음이나 사랑은 나눌수록 저축이 된다.
두 번째는 몸을 쓰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험난한 수렵시절에 인간이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어쩔 수 없이 매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몸을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뛸 때 뇌속에서 엔도르핀이 나온다는 과학적 사실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햇볕 아래서 매일 걷기만 하는 것으로 우울증은 충분히 예방된다.
조정진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