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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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껐지만… 그리스 갈 길 멀다

재총선 신민당 승리… 민심은 긴축 재정 선택
국제사회 안도… 구제금융 재협상 등 난제 산적
이르면 19일 연정 구성
유럽과 세계경제를 위협하던 급한 불이 꺼졌다. 17일(현지시간) 재총선에서 그리스 국민은 신민당을 선택,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위기는 모면하게 됐다. 그러나 불씨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이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공포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이탈리아의 재정 불안과 확산되는 금융경색을 들어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사회의 공조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멕시코에서 개막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구제금융 조건 이행을 약속한 그리스 신민당은 이번 재총선에서 29.66%(129석)로 제1당을 차지하며 연정 구성 협상에 들어갔다. 10년 넘게 연정 파트너였던 사회당(33석)과 손을 잡으면 162석으로 전체 300석 중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민주좌파(17석) 등 소수 정당의 연정 참여 가능성도 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대표는 승리 확정 후 “그리스 국민은 유로존에 남는 길을 선택했다”며 “더 이상 모험은 없다. 낭비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연정구성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했다.

국제사회는 신민당 승리를 환영했다. G7(주요 7개국)은 캐나다 재무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그리스 새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 것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은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조건을 완화해줄 뜻을 내비쳤다.

금융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리스 선거가 끝났다고 위기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분석한다. 유럽이 부채 해결책을 마련하더라도 구미 각국의 불황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같은 또 다른 문제가 겹겹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VTB캐피털의 국제거시경제 분석가 닐 매키넌은 “스페인 은행의 부실화를 비롯해 유럽에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 있고 세계경제도 하강하고 있어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G20 정상은 이날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회의를 갖고 유로존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들은 19일에도 ‘국제금융체계 강화’를 주제로 유럽 재정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