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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과 전쟁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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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정전대비 사상 첫 훈련 순조롭게 마무리
전력 강제차단하자 병원·지하철 등 훈련 ‘착착’
가정·상점 참여 저조… 예비전력 목표 달성 못해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전국에서 실시된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훈련에 참가한 정부와 관련 기관 직원들은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단전 상황에 대응했고, 시민들도 묵묵히 협조했다.

다만 정부가 내심 기대했던 예비전력 1000만㎾ 확보에는 실패했다. 단전훈련이 진행된 전국의 공공·교육기관, 33개 취약시설과 28개 건물 이외 일반 가정과 사무실, 상가·상점의 참여율은 떨어졌다는 얘기다.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청역에서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에 따라 스크린도어 작동이 중단되고, 열차 내 전등이 꺼지자 직원들이 승객을 열차 밖으로 대피시키고 있다.
이제원 기자
◆시나리오대로 착착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삼성래미안 아파트. 요란한 민방위 사이렌과 함께 전력수급 ‘경계’ 경보를 알리는 방송이 울려퍼졌다. 곧이어 2시10분 “예비력이 100만㎾ 아래로 떨어졌다”며 ‘심각’ 경보가 발령됐고, 아파트 단지는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로비 형광등이 모두 꺼졌고 승강기는 멈춰섰다. 전력이 강제 차단된 것이다. 훈련을 위해 승강기를 타고 내려오던 강나래(26·여)씨는 119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승강기안전관리원인 강씨는 “승강기 비상벨은 자체 발전기가 설치돼 있어 전력이 끊겨도 당황하지 말고 신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시각,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도 훈련이 진행됐다. 사이렌과 함께 관계자들이 비상발전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이윽고 전등이 모두 꺼지면서 주위가 암흑으로 변하자 곧바로 비상발전기가 가동됐다. 1층에서는 정전에 대비해 응급실 긴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훈련이 펼쳐졌다. 호흡곤란을 일으킨 환자는 삽관한 뒤 인공호흡기를 장착한 채로, 복막염 응급수술이 예정된 환자는 약물이 투여된 뒤 재빠르게 구급차에 실려 병원을 빠져나갔다.

같은 시각, 서울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도 전력이 차단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오후 2시11분쯤 불이 꺼진 전동차가 승강장에 진입하자, 직원들이 재빨리 출입구로 다가가 스크린도어 잠금장치를 해제한 뒤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승객들은 침착하게 차량 밖으로 빠져나왔다. 승강기에 갇힌 훈련요원 3명도 무사히 구출됐다.

훈련을 지켜본 시민들은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포의 아파트 단전 훈련을 지켜본 주민 조모(49·여)씨는 “안 쓰는 콘센트는 뽑아놓고 빨래는 몰아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응급실에서 훈련을 맞닥뜨린 보호자 환자 윤모(57)씨는 “병원이 정전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정전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 가정, 상가 참여 미흡

이날 훈련 시작과 함께 전국의 전력 소비량은 크게 줄었다. 오후 2시 6477만㎾에 달했던 소비량은 5분 만에 6278만㎾로 내려앉았고, 덕분에 예비전력은 761만㎾에서 960만㎾로 껑충 뛰었다. 2시10분에는 이날 5분 단위 기준으로 최저 소비량인 6248만㎾, 최대 예비전력인 989만㎾를 기록했고, 이후 5분 내내 이런 상황이 지속돼다 20분 훈련 종료와 함께 각각 6279만㎾, 958만㎾로 바뀌었다. 아쉽게도 정부가 내심 기대했던 예비전력 1000만㎾ 확보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전국민적인 자발적인 동참 호소에도 일반 가정과 상가들은 훈련에 무심했던 탓으로 분석된다. 경기 고양에 사는 주부 임모(35)씨는 “훈련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몰라 평소대로 전기 가전제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과 명동 등 주요 도심에 위치한 상가들은 대낮인데도 모든 전등을 밝혀놓은 채 영업을 했고, 일부에서는 냉방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열어 놓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계식·박영준·오현태·조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