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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피해자 "사건만 떠올리면 공포에 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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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사건 떠올리면 공포에 질리고 눈물이 나지만…”
재판부, 성폭행 진술 신빙성 확인 위해 요청
지적장애인, 2차 피해 감수 오늘 출석 결정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인 A(사건 당시 18세·여)씨가 처음으로 ‘법정 진술’에 나선다. ‘진술의 신빙성’이 재판의 쟁점으로 떠오르자 ‘2차 피해’를 무릅쓰고라도 의구심을 풀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27일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인화학교와 관련된 형사 2건, 민사 2건 재판 가운데 ‘유일한 성폭행 관련 재판이 이 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현) 심리로 28일 열린다.

이 자리에는 피해자 A씨가 직접 출석한다.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 김모(64)씨는 2005년 4월 학교 행정실에서 A씨의 손목을 묶고 성폭행한 뒤 현장을 목격한 B(당시 17세)씨를 때리며 “이를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혐의(강간치상 등)로 기소됐다. 

김씨는 2006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가 지난해 영화 ‘도가니’로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이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자 경찰이 재수사에 나서 당시 피해자의 병원 치료 기록을 확보하면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A씨의 ‘법정 출석’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법률 조력인 이명숙 변호사는 “진술이 달라진 것에 대해 재판부가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사건을 떠올리면 공포에 질리고, 눈물을 흘리는 등 사건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출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성폭력 2차 피해는 사건 이후 수사나 재판 또는 사회 적응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피해를 의미한다.

A씨 측은 김씨와 방청객이 없는 상태에서 비공개로 진술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도 A씨의 특수 상황을 최대한 배려하기로 했다.

7월 초로 예정된 선고는 ‘재수사 결과’로서 큰 의미가 있다. 2006년 교장 김모씨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 등 학교 관계자 4명이 형사 처벌을 받았지만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김민선 ‘광주 인화학교 대책위원회’ 위원은 “김씨에 대한 처벌만이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라며 “A씨가 지적장애인인데 진술 신빙성에 대한 기준을 일반인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3월 피해자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손해배상 소송은 광주광역시 등의 요청으로 지난달 ‘광주지법 이전’이 결정됐다. 대책위 등은 이에 반발해 서울고법에 항고장과 시민 400여명의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변호사는 “소송 대리인이 서울에 있고, 원고들도 서울에서 재판받기를 희망한다는 점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