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재벌 총수 중심 지배구조 심화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63개 대기업집단의 주식소유현황(4월12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5.73%로 지난해(53.5%)보다 2.23%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최근 20년간 최고 수준이다. 1993년 이후 99년을 빼고 10대 기업의 내부지분율은 50% 미만이었으나 지난해 53.5%에 이어 올해도 확대기조를 이어갔다. 내부지분율은 기업집단 소속 전체 계열회사의 자본금 가운데 동일인(사실상 지배하는 총수)과 친족, 임원, 계열회사 등 내부자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비율이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총수 경영권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93년 3.5%에 달했던 총수지분율은 올해 처음으로 1% 미만(0.94%)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10대 기업 총수들은 지분은 적어졌지만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더욱 공고하게 지배하게 됐다. 실제로 총수가 있는 43개 기업집단 소속회사 1565곳 가운데 오너 일가가 지분을 모두 소유한 계열사는 64곳(4.09%)인 반면 지분이 전혀 없는 계열사는 1139곳(72.8%)에 달했다.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환상형 순환출자구조를 가진 대기업집단도 지난해보다 1개 줄어든 15개로 나타나 별반 개선되지 않았다. 소속 계열사들의 출자 흐름이 동그랗게 연결되는 환상형 출자구조는 총수가 별도로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데 쓰는 대표적 수단이다. 공정위는 “총수가 기업집단 전체 계열사 경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는 재벌의 중소기업 영역 잠식이나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100대 그룹 자산이 정부 자산에 육박
문제는 이처럼 아직 지배구조가 투명화되지 않은 재벌들에 정부와 맞먹는 경제력이 집중, 자칫 재벌 총수의 잘못된 판단이 나라경제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재계 정보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이날 공기업과 민영화된 공기업을 빼고 총수가 있는 상위 100대 그룹의 자산(2011회계연도 말 기준) 총액을 집계한 결과 1446조7620억원에 달해 같은 시기 정부 자산의 95%에 달했다. 정부 자산이 비교적 느리게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2회계연도에는 100대 그룹의 자산이 정부 자산을 추월할 전망이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자산이 100조원 이상인 상위 4대 그룹에 극심하게 편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상위 4대 그룹의 자산총액은 671조380억원으로 전체의 46.4%를 차지했다. 이윤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벌 독과점 방지와 공정거래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양면적인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