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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의원 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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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자리는 열린 공간이다. 정당인, 교수, 변호사, 의사, 언론인, 탈북자, 이민자 등 누구나 가능하다. 실업자도 못할 것 없다. 되기만 하면 면책특권, KTX 특실 무료이용 등 200여가지 특권이 주어진다. 30대라도 졸지에 장관급으로 신분이 상승된다. 웬만한 모임에는 헤드 테이블에 앉는 의전도 누린다. 논밭 팔고 은행빚 얻어 여의도로 향할 만하다.

지난 4·11총선 3선 도전에 실패한 어떤 낙선거사는 초선 때부터 “대학이나 연구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는 언질을 던졌으나 그때마다 “권력을 맛봤으니 중단할 수 없다”고 되받았다. 무엇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을까. 특권과 그 특권의식이다. 그 독향(毒香)은 그의 뼛속까지 중독시킨 나머지 지금은 금단현상을 호소한다. 일찍이 예견했던 것이다.

4년마다 국회의원의 약 60%가 교체된다. 다는 아니겠지만 상당수는 ‘특권상실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간혹 재도전에 성공하는 부류도 있지만 대개는 재산을 탕진하고 가족·친지의 가슴을 멍들게 한다.

특권 탓이다. 그것은 타인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자신을 찌르는 비수가 되기도 한다. 그 달콤·황홀함은 마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국회의원 뇌세포 속의 특권DNA를 최대한 빼내야 한다. 자신과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다.

특권 포기를 선도해 온 새누리당이 며칠 전 의원총회에서 특권의 하나인 ‘의원·장관 겸직’ 금지를 논의했다. 하지만 80%가 반대해 결론이 유보됐다. 교수, 의사, 약사, 변리사 등 전문직종 겸직 금지만 공감했을 뿐이다. 장관 겸직 이유로 국회와 정부의 소통창구 또는 인재풀 확장 등을 꼽은 모양인데 어딘가 군색하다.

솔직히 국회의원, 장관은 아무나 하나. 그 둘을 겸하는 것이야말로 특권 중의 특권이다. 소통창구 운운하지만 기회균등이란 헌법적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의원이 장관을 차지하면 누군가는 장관 기회가 박탈되고 마는 것이다. 의회·정부의 소통 문제는 당정협의 등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딱히 겸해야 한다면 업무 특성상 특임장관 정도다.

새누리발 개혁 돌풍에 기대감이 크다. ‘미친 바람(狂風)’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조민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