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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신앙… 함께하는 믿음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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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평화회의 6일부터 이웃 종교 스테이
“지금은 서로 다른 종교와 믿음을 지닌 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배우는 다양성의 시대다. 젊은이들이 자기 종교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면서, 다른 이들의 신앙과 종교적 관습도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다.”

5월28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교황청이 불교계에 전한 축하 메시지 일부다. ‘내가 믿는 종교가 유일하게 옳고, 나머지는 다 이단’이라는 편협한 사고방식의 무모함을 지적한 것이다. 그래선지 명동성당은 부처님오신날 하루 전인 27일 미사에 비구니 성악가 정율 스님을 초청했다. 파르라니 머리를 깎은 스님의 ‘아베마리아’ 열창에 가톨릭 사제와 신자들이 박수를 보내는 장면은 퍽 아름다웠다.

종교 간의 화합을 위한 ‘2012 이웃 종교 스테이’ 행사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주관으로 6일부터 9월2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KCRP는 개신교·불교·원불교·유교·천도교·천주교·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의 연대기구로,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대표회장을 맡고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공회 서울대성당 건물 내부는 엄숙하면서 정갈한 기품이 있다.
‘이웃 종교 스테이’는 말 그대로 남의 종교를 체험하는 행사다. 7개 종단 산하 시설에 2박3일씩 차례로 머물며 해당 종교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형태로 진행된다. 불교 신도가 아닌 사람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거나, 천주교를 믿지 않는 이가 피정(避靜)을 떠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이웃 종교 스테이’가 이뤄지는 시설은 모두 각 종단을 상징하거나 대표하는 명소들이다. 7개 종단 중 유일하게 서울에서 행사를 치르는 개신교는 한국에서 생을 마감한 외국인 선교사들이 묻힌 양화진묘원, 일제강점기에 독립정신을 고취한 상동교회,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회인 정동제일교회,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성공회 서울대성당 등을 소개한다.

불교와 원불교 체험은 전남 구례 화엄사, 영광 영산성지에서 각각 진행된다. 영산성지는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가 태어나 깨달음을 얻고 교화를 시작했다고 해서 ‘원불교 발상지’로 불린다. 유교 체험은 경북 영주에 자리 잡은 한국선비문화수련원에서 한다. 한복을 입고 한자와 서예, 활쏘기 등을 배우는 선비 체험은 어린이들 사이에 특히 인기가 좋다.

경북 영주 한국선비문화수련원에서는 옛 선비정신과 유학,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다.
천도교는 발상지인 경북 경주의 용담성지, 천주교는 피정 명소 중 하나인 제주 면형의집을 각각 체험장으로 내세웠다. 수운교 등 민족종교는 대전에 있는 수운교본부에서 체험이 가능하다. 종교별 체험이 다 끝난 뒤 10월에는 경기 과천에 7개 종단 교인들이 모여 ‘전국종교인 화합대회’를 열 계획이다.

KCRP 변진흥 사무총장은 “우리 종교계에 부족한 점이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라며 “그러다 보니 종교가 사회에 희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사회적 물의를 빚곤 한다. 참으로 면구스럽다”고 말했다. 변 총장은 “이번 ‘이웃 종교 스테이’가 종교 간의 화합을 이뤄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소통을 위한 출구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02)736-2250 

전남 영광의 원불교 영산성지 내에 있는 영산대각전. 2011년 문화재로 지정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