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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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국방장관 자폭 공격에 사망

시민군, 보안기구 건물 테러… 대통령 매형 등도 숨져
다마스쿠스 시가전 격화… 아랍연맹 22일 긴급 회동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전면전에 들어간 정부군과 시민군 간 치열한 유혈 시가전이 18일(현지시간) 나흘째 이어졌다. 시리아 시민군의 폭탄 공격에 전·현직 국방장관과 차관이 동시에 사망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다마스쿠스 국가보안기구 건물에서 회의를 진행 중인 정보당국 수장들을 대상으로 자폭 공격이 발생해 다우드 라지하 국방장관과 아세프 샤우카트 국방차관, 하산 투르크마니 전 국방장관이 사망하고 모하메드 알 사르 내무장관 등 고위관리 여러명이 부상했다. 라지하 장관은 지난해 3월 유혈 사태가 시작된 이후 반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최고위 관리다. 샤우카트 차관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매형으로, 집권 세력내 핵심인물로 손꼽혀 아사드 정권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주의 반군 조직 리와 알 이슬람과 자유시리아군(FSA)은 즉각 이번 자폭 공격의 배후를 주장하고 나섰다. 시리아의 한 보안 당국자는 회의에 모인 관리의 경호원 중 한명이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국가보안기구 건물은 다마스쿠스 중심부로 미국 대사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반정부 운동가 오마르 알 디마스키는 폭발 이후 많은 군인들과 경찰이 시내 거리에 배치됐고 고층 건물들에 저격수들이 배치됐다고 전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파드 자셈 알 프레이지 장군을 신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시리아의 폭력 사태가 악화하면서 국제사회 논의도 급박하게 진행됐다. 아랍연맹은 “오는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시리아 사태를 모든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영국 등 서방이 제안한 시리아 제재 결의안을 표결한 예정이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코피 아난 유엔 및 아랍연맹 공동특사의 요청에 따라 표결을 하루 연기했다. 러시아가 이미 “제재 결의안은 레드 라인(넘을 수 없는 한계선)”이라며 거부권 의사를 밝히고 따로 결의안을 제출한 상태라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2월 두 번의 결의안을 모두 반대한 바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앞서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만나 결의안 지지를 압박했다. 반 총장은 시리아 정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 중지와 평화적 정권 교체를 촉구하는 결의안 표결에 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수도 내 카분 지역엔 정부군의 탱크와 공격용 헬리콥터가 배치됐고 사바 바흐라트 광장 등 곳곳에서는 총격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에 맞서 정권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 곳이다.

FSA는“다마스쿠스 해방을 위한 전투가 시작됐다. 다마스쿠스가 함락될 때까지 전투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에도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아사드 정권 축출을 위해 다른 방법을 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채연 기자,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w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