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양승함칼럼] 정치는 진실게임이다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비리 정치인 반성보다는 오리발
거짓 판치는 정치판 표로 심판을
정치권에서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 “목숨을 걸고 말하는데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등의 결백을 주장하는 장담이 흔히 들려온다. 그런데 정치인이든 정부든 이런 경우 대부분의 의혹과 혐의가 사실로 판명난다. 부정하는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사실일 가능성은 더욱 높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무조건 부정부터 하고 보자는 오리발 내밀기 심리가 한국정치의 독특한 정치행태로 자리 잡고 있다.

정권 말기에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최근 유난히도 정치인과 정부 인사의 비리가 잦게 드러나고 있다. 이들 모두가 초기에 자신의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사건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되도록 변명을 늘어놓는다. 거의 모든 범법자가 그러한 심리를 가지고 있을진대 정치인은 유독 심한 것이 사실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과오가 사실로 판정나면 대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정치적 탄압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소외로 탓한다.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정치 권력자일수록 법을 위반할 상황에 노출될 기회가 많다. 또한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등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자신의 범법행위쯤이야 가볍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공직자의 윤리기준이 일반인의 것보다 훨씬 엄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치권력이 향유하는 특권에 도취돼 준법정신을 임의적인 것으로 여기는 사조에 묻혀 있기 일쑤다. 정치인의 오리발 내밀기 행태는 비단 범법행위뿐 아니라 각종 선거공약의 미이행이나 정책실패 등 부적절한 행위결과에 대해서도 자행되고 있다. 이것은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시킴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권력과 경력관리에 치중하는 행태이다.

정치란 다양한 이해관계와 견해 차이를 토론과 설득을 통해 타협함으로써 집단적 결정에 이르고 그 결정을 권위 있게 집행하는 과정이다. 이때의 토론과 설득은 당연히 진실에 기반해야 한다. 정치에서의 진실이란 스스로 사실이라고 믿는 정보, 주장, 이론 등을 말한다. 따라서 정치는 다양한 진실이 경쟁적으로 개진돼 상대방을 설득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획일적인 진실을 고집하고 다른 진실을 배제시키면 독재나 전체주의 정치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치는 진실게임인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경쟁적인 진실을 내세우고 자신의 진실을 지지하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라고 조언함으로써 국민의 결정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이다. 이때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정보나 주장을 따르라고 한다면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범법행위와 사실을 은폐하려는 오리발 내밀기 식 행태는 국민을 기만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며 정상적인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의 진실게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선 후보는 물론이고 각 후보 진영과 지지자들은 자신의 진실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진실 못지않게 거짓이 판을 치고 있다. 인기 영합적 정책남발, 흥행과 이미지 중심의 선거운동, 마타도어식 상대비방, 무책임한 선동 등의 거짓게임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다가오는 대선은 기로에 선 한국정치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첨예화된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갈등을 완화하고 구태정치 극복을 통한 정치선진화를 구현하며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통한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는 등 국가적 과제에 대한 국민적 결정을 내리는 기회이다. 이때 국민의 선택이 진실게임에 기초해야 함은 물론이다. 진실과 거짓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국민은 대통령 후보에 대해 꼼꼼히 따지고 세심한 관찰을 해야 할 때이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정치학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