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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배우 김우형과 최유하 |
지난 14일 개막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역시 전막을 보기 전까진 대극장 버전 창작뮤지컬이자 ‘무비컬’에 우려 섞인 시선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딸꾹’,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에 인우가 그러했듯 관객을 극 속으로 몰아넣는 힘이 강했다. 관객의 가슴을 공략한 섬세한 연출, 자연스럽게 체화된 배우들의 연기, 은은한 영상 미학이 조합된 뮤지컬이었다. 초반 우려에서 환호로 바뀌게 된 이유다.
‘뭐죠. 이 기분?’ 1막 초반 소나기처럼 예고 없이 인우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 태희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인우의 마음을 노래한 넘버이다. 관객들의 첫 인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연애 영화를 보며 한편으론 연애를 하고 싶어지지만 ‘에이! 저건 영화일 뿐이야’ 하고 느꼈던 감정과는 다르다. 윌 애런슨이 작곡 하고 박천휴가 작사한 뮤지컬 넘버의 존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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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배우 강필석과 전미도 |
‘비’와 ‘우산’을 오브제로 첫사랑과 인연을 이야기하는 뮤지컬이다. 14개의 활짝 펴진 우산으로 벽면을 장식한 1막 무대가 2막에 이르러서는 너덜너덜 해진 우산으로 대체된다. 주인공 인우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객석까지 감싼 채 무대를 가로지르는 하얀 분필 선은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인연 외에도 관객이 이 뮤지컬을 찾아오기까지의 ‘인연’으로도 해석할 수 있게 해 집중도를 높혔다. 또한 이 선들은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엇갈린 교차 선등으로 바뀌며 시 공간의 흐름을 친절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원작에서 강인한 인상을 남긴 대사들은 적절한 장면에서 빛났다. ‘물건 쥘때 새끼 손가락 펴지게 하는 마법’ ‘숟가락과 젓가락의 받침이 다른 이유’등 ‘태희가 마음 속 라이터를 건네는 장면’ 등이 그러했다. 1983년 과거와 2000년 현재를 쉼 없이 오가는 무대는 주요 대사가 나온 뒤 과거로 점핑하는 식이었다. 그 결과 영화에서 느낀 것 이상으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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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배우 김우형과 최유하 |
감수성이 풍만한 뮤지컬이다. ‘인우’의 군입대 전날 ‘태희’와 하룻밤을 보내기 전 실랑이를 벌이며 결국 우산을 박살내는 장면, 상대를 만나기 위해 자전거 위에서 달리는 현빈과 제자리에서 눈물을 머금고 뛰는 태희의 긴장감 넘치는 장면, 이후 태희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태희가 다시 현빈의 몸으로 태어나 인우와 재회하는 장면등은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첫사랑의 그늘’ 그 어딘가를 자극한다.
볼거리에 치중하는 대극장용 뮤지컬이 대개 과한 욕심을 부려 주인공 내면의 호흡이 뚝뚝 끊기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하지만 이번엔 액션의 표현력과 전달력이 좋기에 연출자가 의도한 효과가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특히 검은 가림막이 커다란 무대위에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며 영화의 클로즈 업 효과를 톡톡히 낸다. 물론 미니멀한 무대에 거부감을 보이는 관객이라면 호불호가 나뉠 듯 하다. 또한 극 전체 비중상 인우아내 캐릭터에 힘을 덜 쏟은 결과 인우와 부인과의 장면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게 흠이라면 흠이다.
2명의 태희와 2명의 인우 및 2명의 현빈 색깔이 각기 다르다. 강필석의 부드러운 말투는 어딘지 모르게 과거 한번쯤 만났을 법한 교회 오빠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반면 김우형은 보다 남성다운 보이스를 가져 초반 10분은 적응이 힘들수도 있다. 그러나 10분 뒤부터 느낄 수 있는 진한 감성이 압권이다. 1막의 어리숙한 이미지와 2막의 강인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대비시키며 절절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2막이 느슨하다는 평을 거뜬히 제치고 절절한 감성을 덧입혔다. 또한 허름한 여관씬에서 두 남녀가 현재 밖에서 비를 맞고 왔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게 겉옷의 물기를 털어낸 뒤 옷걸이에 옷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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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
인우의 친구들이 극중 양념 역할을 하며 연애의 정석을 들려준다. ‘사랑은 온 몸으로 하는 거다’ ‘바람은 피는 게 아니라 쐬는거다’ 며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칭 연애 도사 대근 역은 배우 임기홍이 열연한다. 연애를 글로 배운 모범생 기석 역은 진상현이 맡아 각기 다른 세 남자의 연애관을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놨다. 미대교수 및 학생 주임, 엠티 떠날 때 냄비를 힘차게 두들기던 복학생등 여러 역할을 맡은 배우 김성현의 존재감도 눈에 띈다.
한편, 2008년 10월, 뉴욕에서 열린 워크샵을 시작으로 5년에 걸친 창작 과정을 통해 완성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2009년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주관 창작팩토리 사업에서 시범공연을 통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배우 이병헌과 姑이은주 주연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9월 2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ekgns44@naver.com)





